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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두산의 운명 가른 홈 포구와 판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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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팽창하다 못해, 조금만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이 박빙인 승부. 그럴수록 플레이 하나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산과 LG의 잠실 라이벌전이 그랬다. 찰나의 순간 하나의 플레이에 LG는 웃을 수 있었고, 두산은 울어야 했다.

양팀의 경기는 두산 선발 노경은, LG 선발 신재웅의 호투로 투수전으로 흘렀다. 6회까지 0-0으로 맞섰다.

양팀의 운명이 갈린 건 7회. LG의 실수가 전화위복이 됐다. LG는 1사 1, 3루의 천금같은 찬스를 잡았다. LG 김기태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3루주자는 대주자 이대형이었고, 1루주자 이병규(9번)마저 김용의로 바꿨다. 3이닝이 남아있었지만 이날 경기는 한점 승부가 될 수 있다는 걸 김 감독은 직감했다. 발이 빠른 두 사람을 통한 작전야구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런데 아뿔싸. 1루 주자 김용의가 도루를 시도하다 런다운에 걸리고 말았다. 작전이 간파된 것. 김용의는 살기 위해 1, 2루를 왔다갔다 했다. 그 순간 3루주자 이대형이 재빨리 홈으로 파고들었다. 공을 잡고 있던 두산 1루수 최준석은 재빨리 포수 양의지에게 공을 던졌다. 크로스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이대형은 양의지의 포수 미트를 가리켰고, 우효동 구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타이밍상은 아웃으로 볼 수 있었기에 두산 김진욱 감독이 부리나케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심판진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판정의 근거가 확실한 상황처럼 보였다.

상황은 이랬다. 일단, 크로스 타이밍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얘기는 제껴두자. 느린 화면을 봤을 때 발이 약간 빠른 듯 보이기도 했고, 태그가 먼저 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육안으로는 거의 분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포구였다. 양의지가 공을 잡아 이대형을 태그하는 순간, 공이 미트에서 빠지고 말았다. 땅에 공이 떨어지지 않고 양의지의 품 속에 있긴 했지만 분명 공이 빠진 건 확실했다. 야구 규칙 상 태그는 포구가 확실히 된 순간 이뤄질 수 있다. 미트 속에 확실히 공이 들어가있거나, 공을 쥔 손으로 태그할 수 있다.

문제는 우 구심의 위치가 양의지 등 뒤쪽이었다는 것이다. 자세한 판정을 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재빨리 이동했지만 공이 들어오는 찰나에는 분명 등 뒤에 있었다. 우 구심이 양의지의 태그장면을 쉽게 볼 수 없는 위치인 것은 분명했다. 두산이 충분히 어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틈이 있었다. 우 구심은 경기 후 "나는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움직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이 빠지는 걸 확실히 봤다. 김진욱 감독님은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으셨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우 구심은 태그가 되지 않았다는 포즈를 취하며 확실하게 세이프 선언을 내릴 수 있었다. 심판진의 단호한 설명에 결국 김 감독도 덕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흔들린 노경은은 타석에 있던 권용관에게 쐐기 1타점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강판되고 말았다. 팽팽하던 분위기가 조금은 허무하게 무너지자 두산엔 큰 타격이 됐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