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의 정규리그 선두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2연전이 13일부터 대구구장에서 열린다. 맞대결을 벌일 주인공들은 선두 삼성과 2위 LG. 지난 2일부터 3일간 잠실구장에서 '미리보는 한국시리즈'라고 할 만큼 숨막히는 3연전을 펼쳤던 양팀이 약 10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때문에 양팀의 경기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10일 기준으로 양팀의 승차는 2경기. 이번 2연전 결과에 따라 올시즌 프로야구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삼성, 다시 한 번 표적 등판
삼성 류중일 감독은 "어차피 치러야 하는 경기일 뿐"이라고 하면서도 LG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의 마음이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삼성은 이번 LG와의 2연전에 대한 구상을 일찌감치 끝마쳤다. 지난 잠실에서의 3연전을 앞두고 LG에 대한 표적 투수 등판을 일찌감치 예고했던 류 감독인데 이번에도 비슷한 경우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은 큰 틀의 변화 없이 순서대로 가는 형식이다. 한화와의 2연전에 배영수와 카리대를 투입했고 광주에서 이어진 KIA와의 2연전에 밴덴헐크와 윤성환을 등판시켰다. 이렇게 되면 13일 LG와의 첫 경기는 자연스럽게 장원삼이 나서게 된다.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 14일 선발이 문제다. 원래대로라면 8일 한화전서 개인통산 112승을 거뒀던 배영수가 5일 휴식을 취한 후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일찌감치 차우찬의 투입을 예고했다. 사실 차우찬은 카리대가 선발로 정착할 경우 중간으로 돌리려던 게 류 감독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카리대의 호투 여부를 떠나 차우찬의 LG전 등판은 보직 관계 없이 일찌감치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카리대가 한화전 최악의 피칭을 한 후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민이 해소(?)된 상황이긴 하다.
상대적으로 우타라인이 강한 KIA에 두 명의 우완투수를 기용하고, 이병규(9번) 이진영 박용택 등 베테랑 좌타자들이 부담스러운 LG전에 두 좌완투수들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다. 차우찬의 경우 지난 2일 LG전에 선발등판해 팀 승리를 이끌지는 못했지만 6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한 바 있다. 4일 경기에 등판했던 장원삼의 경우 5⅔이닝 6실점(3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아픈 기억이 있어 설욕에 나서게 된다.
▶LG는 변칙으로 나선다?
반면, LG의 선발 로테이션은 오리무중이다. 복잡한 상황 속에 여러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김기태 감독의 스타일상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게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
LG의 경우 로테이션대로라면 13일 첫 경기에 신정락, 14일 두 번째 경기는 우규민의 차례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만약, LG가 이번 삼성과의 2연전을 승부처라고 생각한다면 팀의 원투펀치인 우규민과 리즈를 모두 투입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은 8일과 9일 잠실 롯데전에 나란히 등판했다. 날짜상으로는 평소처럼 4일 휴식 후 삼성과의 경기에 나란히 다시 한 번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LG가 삼성과의 2연전에 총력전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3일간의 휴식 후 한화-KIA 4연전을 치른 삼성은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계산을 일찌감치 할 수 있었지만 LG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 주말 삼성과의 3연전을 시작으로 NC-롯데-두산과의 힘겨운 연전이 이어졌다. 하루가 지나 향후 전력구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아직까지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기태 감독의 스타일상 이번 삼성과의 2연전에서 크게 무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괜히, 삼성을 잡기 위해 필요 이상의 힘을 쏟았다 남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도 "LG가 13일 신정락을 내세우며 로테이션을 크게 흔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로테이션 대로라면 두 잠수함 투수가 연달아 등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부터 두 사람의 등판을 멀찌감치 떨어뜨려놨었다. 연전을 치르는 상대타자들이 언더핸드 공에 눈이 익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 다른 선발들의 부진 등이 겹치며 어느 순간부터 신정락과 우규민의 로테이션이 나란히 붙어벼렸고, 두 사람의 연이은 등판이 한동안 이어졌다. LG로서는 언젠가는 한 번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이번 2연전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만약, 신정락이 첫 경기에 나선다면 우규민과 리즈를 하루씩 더 쉬게 해주고 제6의 선발투수가 등판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겠다. 무더운 날씨에 우규민과 리즈에게 하루씩의 휴식을 더 주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삼성전에 오히려 힘을 빼고 나설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