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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원했던 '지키는 야구'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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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4강 싸움에서 좀체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운드 때문이다. 최근 롯데의 팀 지표 중 적신호가 울린 게 바로 팀 평균자책점이다. 10일 현재 4.02다. 한달 전까지만해도 3.7점대에서 놀았던게 0.2점 이상 치솟았다.

롯데의 평균자책점은 LG(3.65)와 삼성(3.86)에 이은 3위다. 하지만 좋아할 게 아니다.

롯데의 2013시즌 팀 운영 핵심은 '지키는 야구'였다. 롯데는 타선의 중심이었던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이 팀을 떠났다. 그 공백을 김승회 홍성민 등 투수 자원으로 메웠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시즌 초 "펑펑 쳐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몇 경기가 되겠나. 방망이는 믿을 수가 없다. 결국 마운드가 지켜주어야 팀이 강해진다"고 했다.

롯데 구단이 정한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2년에 걸쳐 4번 타자 이대호(일본 오릭스) 홍성흔이 팀을 떠났고 그 자리를 메워줄 거포는 충원되지 않았다. 롯데가 마운드 중심의 야구로 변모하겠다는 구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를 맞은 현재 롯데 마운드는 지난해 보다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롯데의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은 3.48이었다. 삼성(3.39)에 이어 2위를 했다. 올해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너무 나빠졌다.

롯데 마운드는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가 중심이 돼 운영한다. 둘다 투수 출신으로 현역시절 다승으로 이름을 날렸다.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이번 시즌 처음 롯데를 이끌고 있다. 누구 보다 마운드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됐었다.

그런데 지금의 롯데 마운드는 기대이하다. 거는 기대는 컸다. 상대적으로 타선에 기댈 부분은 적었다. 팀 운영의 중심을 마운드에 둔 이상 투수들이 타자 보다 큰 몫을 해주어야 했다.

현재 롯데 마운드는 여러 곳에서 상처가 나 있다. 외국인 1,2선발 유먼(11승)과 옥스프링(9승) 그리고 송승준(6승)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4~5선발이 계속 불안하다. 10일 SK전에서 김사율이, 9일 LG전에서 고원준이 경기 초반에 무너졌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었던 이재곤 김수완 등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김시진 감독은 시즌 초 4~5선발에 물음표를 달았었다. 지난해 간혹 선발 등판했던 이용훈 이정민이 부상 등으로 제대로 던져주지 못했다. 김승회 고원준 홍성민 진명호 김수완 등에게 기대를 걸었다. 후반기 대비용이었던 조정훈도 수술받았던 팔꿈치에 통증이 왔다.

시즌 초 구상했던 마운드에서 지금은 틀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마무리 정대현과 불펜 김성배가 자리를 바꿨다. 지난해 롯데 세이브 역사를 바꿨던 김사율은 마무리도 중간 불펜도 아닌 선발진에서 맴돌고 있다. 김성배는 최근 잦은 블론세이브로 흔들린다.

시속 150㎞가 넘는 광속구를 뿌릴 수 있는 최대성은 팔꿈치가 아파 전열에서 이탈했다. 불펜에 큰 구멍이 생겼고, 김승회가 선발에서 불펜으로 옮겨 갔다. 좌완 강영식도 몸(허리)이 안 좋아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이명우 혼자 좌완 스페셜리스트다.

현재 롯데 불펜에는 우완 정통파가 부족하다. 힘으로 윽박지를 수 있는 파워 피처가 없다. 대신 옆 또는 밑으로 던지는 투수들이 너무 많다. 정대현 김성배 홍성민 이재곤 4명이 '잠수함'이다. 상대가 좌타자로 줄줄이 포진시킬 경우 효과적인 대응이 안 된다.

그렇다고 롯데 타자들이 마운드가 불안할 때 신들린 듯 투수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롯데는 팀 홈런이 37개로 최다 넥센(86개)의 절반도 안 된다. 롯데의 득점권 타율은 2할5푼8리다.

이러다보니 롯데는 고단한 4강 싸움에서 매경기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