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라 했던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3연속 제패를 향해 순항하던 삼성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시즌 막판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에스마일린 카리대가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부진에 따른 2군행이 아니라 팔꿈치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선발진 운용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말도 마라, 돌아뿔겠다(돌아버리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카리대는 9일 대구 한화전에서 1⅓이닝 만에 5안타 4볼넷 1삼진으로 무려 6점이나 내준 뒤 곧바로 교체됐다. 이후 10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카리대의 이러한 부진은 팔꿈치 통증이 원인이었다.
10일 광주 KIA전을 앞둔 류 감독은 "어제 경기 초반에 147㎞의 공을 한 두 차례 던지더니 갑자기 구속이 140㎞ 초반으로 확 줄더라. 힘을 아끼는 것 같아 1회가 끝난 뒤 투수 코치를 통해 '전력투구를 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런데도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더니 결국 팔꿈치가 아프다고 하더라"면서 "오늘 MRI 검진 결과 팔꿈치에 뼛조각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류 감독은 카리대의 1군 엔트리 제외를 지시했다. 이 상태로는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입단 전에 테스트를 받을 때는 150㎞를 훌쩍 넘긴데다 팔꿈치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아프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 팔꿈치 상태의 회복 여부를 지켜본 뒤에 향후 재기용 여부를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카리대의 1군 이탈은 삼성으로서는 크나큰 악재다. 자칫 포스트시즌에 올라도 외국인 투수를 1명 밖에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카리대의 팔꿈치 상태가 조기에 회복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상 8월 15일까지 등록된 외국인 투수만이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다. 데드라인이 앞으로 5일 밖에 안 남았다. 카리대의 상태를 지켜본 후 퇴출 여부를 결정하고, 새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날짜가 매우 촉박하다.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입단한 카리대는 지난 2일 잠실 LG전에 중간계투로 한국 무대 첫 선을 보였다. 당시 1이닝 1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4일 잠실 LG전에서 역시 불펜 투수로 나온 카리대는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면서 2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부진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9일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을 맡았으나 최악의 투구를 한 데다 부상까지 생기면서 향후 활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과연 삼성이 '카리대 악재'를 어떻게 극복해낼 지 지켜볼 일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