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 선배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KIA 선동열 감독이 결국 '계륵'같던 송은범(29)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몇 차례 미뤘던 결정이다. 그러나 더 기다리는 것은 팀과 송은범 모두에게 마이너스라는 판단을 내렸다. 송은범이 10일자로 결국 1군에서 제외됐다. 송은범 대신 좌완 손동욱(24)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선 감독은 10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송은범을 당분간 1군에서 제외했다. 2군에서 구위와 자신감을 되찾도록 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는 송은범이 지난 5월 6일 SK에서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첫 2군행이다.
그간 선 감독은 송은범이 올 시즌 일정 기간 1군 등록일수를 채우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게되는 것을 감안해 2군으로 보내는 것을 망설여왔다. 5월초 김상현과 진해수를 내주고, SK에서 송은범과 신승현을 받아온 선 감독은 당초 송은범이 필승조의 핵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었다. 7월초 앤서니를 퇴출한 이후에는 마무리 역할까지 맡기려고 했었다.
하지만 송은범은 그간 1군 무대에서 확실한 위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150㎞에 이르는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를 갖고 있었으나 번번히 상대 타자들에게 공략당했다. 결국 9일까지 36경기에 나와 1승3패 5세이브 5홀드를 기록했는데, 평균자책점이 6.40이나 됐다. 1군 필승카드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선 감독은 "공 자체는 좋은데, 자신감을 크게 잃은 탓인지 마운드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 감독은 지금까지 송은범을 1군에 남겨두며 구위와 자신감을 회복하기를 기다려왔었다. FA 자격 등록일수 때문이다. 송은범은 올해 1군 등록일수 145일을 채우면 FA 자격을 얻게된다.
SK에서 개막엔트리에 포함됐던 송은범은 이후 4월 15일에 말소되기 전까지 1군에 16일간 있었고, 트레이드 후 5월 7일부터 8월 9일까지 95일을 채워 현재까지 1군 등록일수 111일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 34일만 더 채우면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자칫 2군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FA 자격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 감독은 지난 7월 중반 송은범이 부진할 때 "아예 2군에 내려보내 부담없이 길게 던지게 해서 구위를 끌어올릴 생각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송은범이 자칫 FA자격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며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결국 송은범은 1군에 남아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왔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 들어 KIA의 '4강 복귀'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상황에서까지 송은범의 회복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결국 선 감독은 10일 송은범과 약 30분간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송은범은 2군행 결정을 선뜻 받아들였다. 스스로도 7월중 2군행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선 감독 역시 그런 송은범에게 자신의 일본 진출 첫 해 부진했던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선 감독은 "투수가 자신감을 잃으면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나도 일본 진출 첫 해인 1996년에 그런 경험이 있다. 은범이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며 자신감을 되찾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런 말을 들은 송은범도 "현재 상태로는 FA를 선언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 같다"며 FA 유보 의사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고 한다. 선 감독은 "송은범이 일단 좋은 모습을 다시 보여준 뒤 나중에 FA를 선언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과연 송은범이 올해 안에 위력적인 모습으로 다시 1군에 돌아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