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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 선발투수 두명 등판, 득이냐 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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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 두 명이 한 경기에 잇따라 마운드에 오른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시즌 막판이나 매경기가 총력전인 포스트시즌 경기가 아니라, 정규시즌 넥센 히어로즈 경기 때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홀수 구단 체제가 들어서면서 페넌트레이스 중간에 휴식기가 생겼고, 비로 인한 우천취소 경기가 이어지면서 다소 낯선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올 시즌 히어로즈의 선발 투수가 한 경기에 연이어 등판한 것은 모두 네 차례. 7월 7일 목동 LG 트윈스전과 7월 16일, 7월 1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8월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때 그랬다. 7월 7일에는 선발 김병현에 이어 강윤구, 7월 16일에는 브랜드 나이트에 이어 김영민이 등판했다. 7월 17일에는 밴헤켄 뒤에 강윤구가 나섰고, 8월 4일에도 나이트 뒤에 강윤구가 던졌다.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에 흔들리자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곧바로 'B 플랜'을 가동했다. 물론, 두번째 선발 투수는 등판 통보를 받고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일종의 변칙 투수 활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기존의 선발 로테이션을 흔든 것은 아니다. 휴식과 경기 일정, 선발 로테이션을 고려한 '투수진 운용의 묘'라고 봐야 한다. 선발 투수의 컨디션이 좋았다면 길게 끌고 갔겠지만, 네 차례 모두 구위가 좋지 않았다.

그럼 네 차례 두 명의 선발 투수가 등판한 경기는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1승3패를 기록했다. 패가 더 많았으나 두번째 선발 투수가 비교적 역할을 잘 수행했다.

7월 7일 김병현은 2⅔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 4사구 1개를 내주고 1-1 동점에서 강판됐다. 이어 던진 강윤구는 6⅔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막고 11대2 승리의 발판을 놓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7월 16일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염 감독은 선발 나이트가 3⅔이닝 동안 5안타에 4사구 3개를 내주고 5실점(1자책)하자 3-5에서 강판시켰다. 이어 등판한 강윤구가 4⅓이닝 8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5대6으로 패했다.

7월 17일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졌다. 밴헤켄이 3⅔ 이닝을 던져 홈런 1개 포함 5안타에 4사구 4개를 내주고 3실점하자, 김영민을 불러 올렸다. 김영민은 이후 3⅓이닝 3실점했다. 히어로즈는 타선이 폭발해 9-6으로 리드를 가져 갔다. 그러나 중간투수 한현희가 ⅓이닝 2실점, 손승락 ⅔ 이닝 2실점하며 9대10으로 역전패했다. 히어로즈는 SK전을 앞두고 4일 간 쉬었고, SK전 후에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잡혀 있었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두 명의 선발 투수 등판은 충분히 써볼 수 있는 카드였다.

8월 4일에는 나이트가 2이닝 3실점한 후 마운드를 내려왔고, 강윤구가 4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결과는 0대6 완패. 나이트의 초반 부진이 아쉬웠지만, 타선이 KIA 선발 김진우 공략에 실패했다. 나이트는 8월 3일 경기에 선발 등판 예정이었는데,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하루 늦춰졌고, 강윤구는 8월 4일 선발 출전이 잡혀 있었다. 두 명의 선발 카드를 모두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염 감독은 "나이트가 그동안 KIA전에 안 좋았지만 최근 구위가 좋아져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초반 페이스가 안 좋아 강윤구를 올렸다"고 했다.

물론, 나이트의 조기 강판이 아무 생각없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날 나이트의 투구수는 43개. 주중 두산 베어스전 등판을 염두에 둔 조기강판으로 보인다.

두 명의 선발 투수 투입은 피로가 쌓인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경기에서 이겼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지만, 다음 경기를 위해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피말리는 순위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어차피 8월 중에 윤곽이 드러나게 돼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왜 강윤구가 네 번 중 세 번이나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것일까. 나이트, 밴헤켄은 전형적인 선발투수다. 경기 중반 등판이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반면, 강윤구는 선발 등판 경기 때 초반에 안 좋을 때가 많았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다. 염 감독은 선수들과 이런 부분을 충분히 상의한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