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냐, 방패냐? 관록이냐, 패기냐?'
서울의 덕수고와 경기의 야탑고가 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잠실구장서 열리는 제68회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후반기 왕중왕전(스포츠조선 조선일보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청룡기를 3번이나 품에 안았던 덕수고는 전통의 야구 명문. 야탑고는 청룡기 결승에 처음 오른 신흥 강호이다. 덕수고는 강력한 마운드의 힘과 탄탄한 수비력이 강점인데, 야탑고는 엄청난 타격을 앞세워 결승까지 올랐다. 완전히 다른 팀 컬러를 가진 두 팀이다.
▶청룡의 역사는 우리가!
1980년 창단한 덕수고는 그동안 22차례 청룡기 본선에 올라 지난해를 포함해 3번의 우승(1986년, 2001년, 2012년)을 차지했다.
류제국(LG) 이용규(KIA) 김민성(넥센) 최진행(한화) 민병헌(두산) 등 현재 프로야구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늘 우승후보로 거론될만큼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지난 6월에 열린 전반기 왕중왕전을 겸한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마산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덕수고는 이번에 우승하면 청룡기를 4번째 품게 된다. 한국 고교야구의 역사와 함께 한 전통의 청룡기에서 통산 4회 이상 우승을 한 팀은 경남고(9회) 경북고(7회) 동산고(6회) 상원고(전 대구상고·5회) 광주일고(4회) 밖에 없다. 이들 전통의 명문고는 이번 대회에서는 8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경기 분당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학교 규모가 갑자기 커진 야탑고는 1997년 야구부가 생겼다. 윤석민(KIA)과 오재일(두산)이 활약하던 2004년 황금사자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1년 대통령배에서 준우승을 경험했지만 청룡기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결승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청룡기에서 인천 지역을 제외한 경기권 고등학교가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다. 경기 지역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야탑고가 청룡 역사 68년 만에 경기권에 처음으로 우승을 안기는 역사를 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창이냐, 방패냐
덕수고는 강력한 마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방패'의 팀이다. 덕수고는 준결승전까지 4경기에서 3점만 내줬다. 팀 평균자책점이 0.30이다. 2경기 이상 치른 팀 가운데 단연 최고다. 에이스 한주성과 전용훈이 원투 펀치다.
전반기에서 대활약을 펼친 한주성이 두산에 연고지 우선지명으로 뽑히자, 이번 대회에선 전용훈이 펄펄 날았다. 준결승전까지 4경기에 모두 등판한 전용훈은 15⅓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2승을 올렸다. 한주성은 3경기에 나와 12⅔이닝 동안 3실점(1자책)으로 역시 2승이다. 경기를 나눠서 뛰었기 때문에 투구 수가 많지 않아, 결승전에서 앞뒤로 마운드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타격이 약한 것도 아니다. 1회전 유신고전과 8강전 서울고전에서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팀 타율이 3할5푼4리다. 야탑고(3할6푼8리)에 이어 이번 대회 출전한 31개교 중 2위다.
야탑고는 팀 타율에서 나타나듯이 공격력이 좋다. 4경기에서 41득점으로, 경기당 평균 10점을 뽑았다. 안타 46개를 기록했는데, 33개의 볼넷을 골랐다. 타자들의 선구안도 그만큼 뛰어나다는 얘기다.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는 박효준 김하성 김태완이 대부분의 타점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마운드는 사이드암 김동우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박원철이 힘을 보태고 있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김동우가 거의 혼자서 책임지고 있다. 신일고와의 준결승전에서는 김동우가 7⅔이닝 동안 160개의 공을 던져 혹사 논란까지 일었다. 당시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김동우는 앞선 3경기에 모두 나온 피로감으로 인해 7회부터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져 9실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 야탑고는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13대12로 이겼다. 결승전에서 다른 투수들이 얼마나 김동우의 뒤를 받쳐줄 수 있을지가 우승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