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슈퍼매치 패배는 수원에게 손해와 수확을 동시에 남겼다.
손해는 패배 그 자체였다. 그동안 수원은 서울에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FA컵을 포함해 서울과의 슈퍼매치 최근 9경기에서 7승2무를 거두었다. 서울에게 리그 우승컵은 내주어도 맞대결 승리는 챙긴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날 패배로 수원의 자부심에는 금이 갔다.
수확은 '가능성'이었다. '스피드와 조직력'을 강조하는 서정원표 수원 스타일이 앞으로 통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 감독은 단신 공격수들로 진용을 꾸렸다. 원톱으로 나선 조동건도 1m80이었다. 원톱과 그 아래에 단신 공격수인 홍 철 산토스 서정진을 배치했다.
서 감독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동안 수원은 슈퍼매치에서 승리 공식을 철저히 따랐다. 파워와 높이였다. 수비를 할 때는 거칠었다. 경고도 불사했다. 파워를 앞세운 거친 수비로 서울 선수들의 기를 꺾었다. 공격시에는 높이를 최대한 활용했다. 좌우를 파고든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최전방에 선 스트라이커들이 해결했다. 쉽게 말해 '뻥축구'였다. 효과는 대단했다. 9경기 무패행진을 달릴 동안 16골을 넣고 4골만을 내주었다. 16득점 가운데 9골을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책임졌다. 스테보가 2골, 라돈치치가 3골을 넣었다.
3일 슈퍼매치를 앞두고 승리공식의 유혹은 강렬했다. 스테보와 결별하고 라돈치치는 일본으로 보냈다. 정대세는 부상중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서울보다 열세였다. 1m88의 장신 스트라이커 추평강을 최전방에 박아두고 수비에 집중하고 싶었다. 밀집 수비에 이은 뻥축구. 최소한 무승부를 보증할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소신을 따르기로 했다. 패배하더라도 '스피드와 조직력'이 수원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전반 초반 수원은 서울을 압도했다. 산토스를 축으로 한 공격 변화는 다채로웠다. 서 감독도 경기 후 "선수들의 신장이 크지 않지만 민첩성에선 강한 면을 보였다. 유기적이고 빠른 패스로 상대를 공략하면 앞으로 좋은 경기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제도 남겼다. 골결정력이다. 믿었던 4명의 공격수는 골문 앞에서 주춤했다. 교체해서 들어간 미드필더 조지훈의 중거리슛골이 유일한 골이었다. 서 감독은 8월 중순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 정대세가 돌아온다. 골결정력이 좋은 정대세가 돌아온다면 서정원표 수원 스타일은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때까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