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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무려 8편, 방송 3사 일일극 전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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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도 너무 많다. TV를 켜면 온통 드라마뿐이다. 지상파 3사에서 하루에 방송하는 드라마는 무려 10편. 그 중에서도 일일극이 무려 7편이나 된다. 요즘 같아선 '드라마 공화국'보다는 '일일극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듯하다.

아침에는 MBC '잘났어 정말', SBS '당신의 여자', KBS2 'TV소설 은희'가 30~40분 간격으로 바통을 주고 받으며 시간대가 겹치지 않게 순차적으로 방송된다. 저녁이 되면 MBC '오로라 공주'와 SBS '못난이 주의보'가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고, 두 드라마가 끝나고 잠시 뒤에 채널을 돌리면 KBS1 '지성이면 감천'이 방송된다. 오후 9시에는 MBC 일일사극 '구암 허준'도 있다.

여기에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까지 합치면 더 많아진다. tvN '미친 사랑'은 'TV소설 은희'가 끝나는 오전 9시 40분에 시작되고, JTBC '가시꽃'은 MBC와 SBS의 저녁 일일극이 끝난 오후 8시 10분에 방송됐다. 지상파에서 드라마가 방송되지 않는 틈새 시간대를 노려 정면승부를 피하는 편성의 묘를 발휘했다.

지난 2일엔 '당신의 여자'와 '가시꽃'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각각의 후속으로 '두 여자의 방'과 '더 이상은 못 참아'가 5일부터 나란히 전파를 탄다.

앞으로 일일극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KBS가 시트콤 '일말의 순정' 종영 이후 일일극을 편성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KBS2 채널에서 첫 선을 보이는 저녁 일일극 '루비 반지'는 최근에 이소연, 김석훈, 임정은, 박광현 등을 캐스팅하고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이로써 하루에 방송되는 일일극은 지상파 3사에서 총 8편,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까지 합쳐서 10편을 꽉 채우게 됐다.

시청률 면에서도 일일극이 미니시리즈보다 훨씬 낫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7월 22일~28일까지 지상파의 주간 시청률 전체 50위권 내에 일일극 7편 모두가 포함됐다. 반면 미니시리즈인 MBC '여왕의 교실'과 KBS2 '칼과 꽃'은 순위권 밖이다. 일일극 중에선 '지성이면 감천'이 주간 시청률 20.8%로 가장 높았고, '오로라 공주'가 12.2%, '당신의 여자'가 12.1%를 나타냈다. 다른 일일극들도 평균 9~10% 수준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했다. 월화극 1위인 MBC '불의 여신 정이'(11.8%)와 비슷한 성적이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 입장에서 일일극은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담보하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곧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 KBS가 시청률이 낮은 시트콤을 폐지하고 일일극을 신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일극은 방송사의 편성 전략 면에서도 역할이 크다. 일일극이 오후 7시대에 배치된 건 오후 8시에 방송되는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 뉴스의 시청률과 관계가 깊다. KBS2에서 신설되는 일일극은 오후 7시 45분에 시작돼 '못난이 주의보', '오로라 공주'와 방송 시간대가 겹치진 않는다. 그러나 편성표 상에서 KBS2 일일극 종료 후 KBS1 일일극으로 이어지고 다시 KBS 9시뉴스로 연결되도록 배치돼 있다.

일일극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일일극을 대하는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주인공의 연령대가 낮아진 이유도 있지만, 인기 있는 젊은 배우들이 일일극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못난이 주의보'에는 임주환과 강소라가, '지성이면 감천'에는 박세영과 유건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화제 속에 종영한 '오자룡이 간다'에서는 이장우와 오연서가 호흡을 맞췄다. 모두 미니시리즈에 나올 법한 젊은 배우들이다. 연기자 매니지먼트의 한 관계자는 "배우들도 과거엔 미니시리즈를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일일극 출연에도 관심을 많이 갖는다"며 "시청률이 높아서 배우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20부 촬영 일정을 소화하면서 현장 경험과 연기력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르로 편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젊은이들의 성장과 사랑 등의 내용이 많이 다뤄지긴 하지만 여전히 불륜과 출생의 비밀, 치정에서 비롯된 복수 같은 막장 코드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캐릭터와 인물 관계만 조금씩 다를 뿐 극의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일일극=막장극'으로 통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극을 받쳐줄 중견배우들이 한정돼 있다 보니 겹치기 출연 문제도 불거지고, 작품 수의 증가로 인한 제작 환경의 악화, 스태프 처우 문제 등도 지적된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시청층이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도 일일극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장르의 다양화나 스토리 개발 없이 획일화된 몇몇 흥행 코드만을 반복하면 결국엔 한국드라마 전체의 질적 수준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