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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배드민턴 중국 공인구 횡포까지 어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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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포츠맨십이 아니다."

2013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중국의 횡포가 국제 스포츠 문제로 비화될 전망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2013년 대회 개최국인 중국의 과도한 횡포에 대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한국 측이 BWF에 문제를 제기하기로 한 것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 측이 개최국 자격으로 행해온 횡포가 극에 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개최국 중국의 교묘한 장난과 싸우느라 대회 개막 이전부터 고전했다.

중국 측이 개최국의 권한을 이용해 한국의 훈련시간을 식사시간에 배정하는가 하면 다른 팀에 비해 훈련 횟수를 적게 배정하는 등 이른바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에 5개 종목 싹쓸이 3연패를 노리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서든 강력한 라이벌인 한국의 경기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려왔다.

이에 대해 한국은 주최측에 강력하게 항의한 끝에 기분은 상했지만 별다른 탈없이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5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중국의 교묘한 장난이 극에 달했다. 중국 측이 대회 공인구를 가지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보통 다른 구기종목에서도 대회 공인구라는 게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축구, 농구, 야구다. 국제대회 공인구라는 것은 대회 주최측의 메인 스폰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를 경우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한다.

공인구와 국내 리그 사용구는 국제규격에 맞춘 것이지만 제작사마다 공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미묘한 손-발 감각에 적응해야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들은 해당 대회의 공인구에 맞춰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다.

특히 배드민턴의 경우 다른 구기종목과 달리 셔틀콕이 무척 섬세한 용구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훨씬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셔틀콕은 그 특성상 에어컨 바람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섬세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다를 경우 경기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중국은 공인구를 가지고 참가국들을 상대로 또 횡포를 부렸다. 중국은 자국의 배드민턴 브랜드인 '리닝'을 사용한다. 이번 대회의 공인구 역시 개최국 중국의 선택에 따라 '리닝'의 셔틀콕으로 결정됐다. 여기까지는 배드민턴 국제대회 관례에 따라 별 문제는 없다.

'리닝'은 '빅터', '요넥스'처럼 해외시장 개척이 잘된 브랜드와 달리 중국시장말고는 거의 팔리는 곳이 없다. 하지만 중국은 이같은 점을 이용해 '리닝'이 생산한 셔틀콕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들이 '리닝'의 공인구를 구해 적응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술수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해 '리닝' 공인구를 구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중국 측이 대회 개최지인 광저우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 '리닝'의 셔틀콕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은 다른 종목과 달리 국제대회 공인구를 참가국이 알아서 구입해 훈련해야 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국 협회가 파악한 결과 중국은 이미 3개월 전부터 '리닝' 공인구의 판매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한국은 한국대표팀의 스폰서인 '빅터'의 도움을 얻어 이른바 '뒷구멍'을 통해 공인구 10다스(1다스당 20개)를 간신히 구입해 적응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나마 한국은 '빅터'가 중국과 인접한 대만을 본사를 한 회사여서 괜찮은 편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판매 중단된 공인구를 구하지 못한 대신 '리닝'의 연습용 공을 구해 훈련을 했다고 할 정도이니 다른 참가국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세계선수권같은 국제대회에서 공인구 판로까지 막아놓고 이같은 횡포를 부리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한국은 BWF에 중국 측의 횡포 사례를 보고하는 등 정면 대응하기로 나선 것이다.

명색이 올림픽보다 수준높다는 세계 배드민턴 축제가 개최국 중국의 극단적 이기주의 때문에 얼룩지고 있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