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빠진 한국 수영이 예상대로 세계 무대에서 아무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선수권 무대에 출전한 대표선수들이 세계 수준과 현격한 실력차를 드러내며 대회 초반 줄줄이 예선탈락하고 있는 것.
29일(한국시간) <스포츠서울>에 따르면 2013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영 둘째 날인 5명의 선수가 각 종목 예선에 출전했으나 모두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경영 종목은 50~200m의 경우, 예선과 준결승, 결승 등 3차례 레이스를 펼치게 되는데 남자 자유형 200m 대표로 나선 정정수(경기고)는 1분51초86으로 예선 43위에 머물렀고 남자 배영 100m에서는 신희웅(서울체고)이 56초95로 예선 35위에 그쳤다. 여자 평영 100m 예선에 출전한 백수연(강원도청)이 1분09초11로 26위, 여자 배영 100m에 도전한 김지현(하이코리아)이 1분04초66으로 37위에 머물렀다. 결국 이들 4명의 선수는 상위 1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셈이다.
여자 자유형 1500m에 나선 한나경(대구체육회) 역시 16분55초46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20위를 차지하고 예선 탈락했다.
한국은 앞서 대회 첫 날인 전날에도 남자 접영 50m와 남자 평영 100m 한국 기록 보유자 양정두(인천시청)와 최규웅(부산중구청)이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했고, 박태환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 정정수(경기고)와 여자 접영 100m의 박진영(안남고)도 예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16명의 대표선수 전원이 예선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이번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에서의 궤멸적 참패는 당연한 결과라고도 보여진다.
어찌 보면 박태환의 존재로 인해 잠시 벌어진 착시현상이 해소되면서 좀 더 냉정하게 한국 수영의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당장 6년 뒤 광주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러야 하는 세계선수권 예비 개최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멀리 6년 뒤까지 갈 필요도 없이 내년에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하고 그로부터 2년 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 한국 수영이 도전해야 하는 현실을 떠올려 보면 더욱 더 암담한 기분이 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참으로 당혹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보건대 6년 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난 다음에는 한국 수영이 상당 범위의 종목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있을 수 있을까?
현재의 상황만을 놓고 보자면 그 대답은 간단하다. 그 대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박태환이 소위 '박태환 전담팀'을 운영해준 스폰서 기업과 결별하고 난 다음 기업체들은 물론 심지어 수영연맹으로부터 까지 받은 '왕따' 수준의 외면은 한국 수영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노출했다.
한국 수영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고, 아시안게임 3관왕을 2개 대회 연속으로 차지한 박태환과 같은 전설과도 같은 선수가 전담 코치와 훈련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훈련비도 없고 마땅히 훈련할 수영장도 없어 예정된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결국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훈련비 마련을 위해 사업 전선에 뛰어들고, 이런저런 과외활동을 펼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영연맹의 말을 잘 듣지 않은 '괘씸죄'로 약속된 포상금도 사실상 박탈당하고 이렇다 할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한국 수영의 현실이다.
박태환 정도의 선수가 이런 식의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의 훈련여건이나 보상 문제는 더 거론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광주에서 세계수영선수권을 개최하는 일은 분명 한국 수영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유치과정에서 총리와 주무부처 장관의 서명을 위조하고 검증하기 어려운 대회개최의 경제효과만을 강조하는 광주시의 태도에서 한국 수영 발전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1년 대구는 세계 5대 스포츠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 육상은 10-10 프로젝트, 즉 10개 종목에서 10위안에 드는 선수를 배출한다는 다소 소박(?)한 목표를 설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소박한 수준의 목표도 한국 육상에게는 달성하기 버거운 목표였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대구 세계육상 이후 2년이 지났지만 한국 육상이 경기력 면에서 달라진 부분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수영이 세계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이 때깔 번드르르한 세계선수권 개최인지, 아니면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훈련여건을 개선시키는 일처럼 눈에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아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에 대한 과감한 투자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