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광주에서 만난 KIA와 삼성은 공통점이 있었다. 둘다 갈 길이 바쁘다는 것. 그런데 사정은 딴판이었다. 삼성은 달아나기 바빴고, KIA는 쫓아가기 바빴다.
1위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4일 휴식 중인 2위 LG에 2.5게임 앞서 있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 정도 승차로는 여전히 불안하다. 더 벌려야 한다"고 했다.
반면 KIA는 더 절박했다. 4강 진출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주 LG, NC와의 6경기에서 2승4패에 그쳤다. 삼성과의 3연전에서 무너지면 벼랑끝으로 몰린다. 더구나 KIA는 올시즌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1승8패로 절대적인 열세였다. 어디 올 시즌 뿐인가. KIA는 지난 2009년부터 4시즌 연속으로 삼성에 크게 밀렸다.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양팀 모두 1승이 간절했다.
양팀은 영-호남을 대표하는 라이벌. 명승부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락가락 변덕이 심한 장맛비만큼이나 어수선했다. 걸핏하면 경기의 흐름이 끊기고 소동이 이어졌다.
시작부터 그랬다. 삼성의 첫 타자 배영섭이 어이없는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KIA 선발 김진우를 상대로 초구를 때렸는데, 파울이 된 타구가 자신의 왼쪽 정강이를 강타한 것이다. 다리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던 배영섭은 그대로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다가 간신히 부축을 받으며 나갔다.
이후 KIA가 1회말 첫 공격에서 이범호의 싹쓸이 2루타로 2-0으로 앞서 나가면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3회초 삼성 최형우가 동점 투런포를 터뜨리면서 경쟁심을 자극했다.
결국 4회초 '사건'이 터졌다. 삼성 박한이의 타석 때였다. 삼성은 무사 2,3루의 찬스를 만든 뒤 강명구의 싹쓸이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KIA의 선발은 김진우였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5연승을 달리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던 그였다. 위기의 팀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을 안고 나왔던 터라 동점타를 허용한 것에 마음 편할 리 없었다.
이 때부터 김진우는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계속된 1사 3루에서 삼성 정병곤의 빗맞은 타구가 3루 앞쪽으로 애매하게 떨어지는 내야안타가 되는 바람에 추가 실점까지 했다.
다소 어이없는 실점에 돌부처라도 흔들릴 법했다. 정형식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면서 급한 불을 끄려는 것도 잠시. 계속된 2사 1루에서 이날 1, 2타석 연속 안타를 친 박한이가 나오자 김진우는 한동안 1루 견제에 집중했다.
연이은 실점과 위기로 흔들렸기 때문일까. 김진우는 조급해 보였다. 그리고 박한이를 상대로 던진 초구가 박한이의 다리 뒤쪽으로 빠지는 폭투가 됐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박한이는 놀란 표정과 함께 불쾌하다는 듯 김진우를 계속 쳐다봤다. 이에 김진우가 타석으로 다가가면서 '뭐요?'라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양 팀 선수들이 몰려나와 신경전을 벌였고, 박근영 구심의 제지로 별다른 불상사없이 벤치 클리어링이 종료됐다. 하지만 김진우는 재개된 박한이와의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한 뒤 후속타자 최형우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고 2실점, 박경태와 교체됐다.
평정을 찾은 양 팀의 대결은 6회초 다시 어수선한 경기 중단 상황을 맞았다. 1사 1,2루 삼성의 채태인 타석에서였다. KIA의 3번째 투수 심동섭이 볼카운트 2B2S 상황에서 5구째로 던진 공이 박근영 구심의 마스크를 강타했다. 채태인의 방망이도 돌았다.
박근영 구심은 마스크에 맞고 쓰러지면서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일어선 구심은 파울을 선언하고 채태인의 타석을 재개하려고 했다. 이 때 선동열 감독이 항의하러 걸어나왔다. 헛스윙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TV 중계 리플레이 화면에서도 헛스윙이 맞았다. 심판진은 다시 모여 4심 협의를 갖고 헛스윙 삼진으로 바꿨다. 마스크를 쓴 심판 얼굴에 공이 정통으로 날아드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착각할 수 있는 것이었고, 곧바로 정정됐으니 오심도 아니었다. 이후 삼성 류중일 감독이 다시 그라운드로 나왔지만 판정이 바뀐 정황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양 팀의 화력 대결은 깔끔했지만 진행 과정은 이래저래 어수선했다. 광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