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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노의 바르셀로나,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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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선택은 헤라르도 타타 마르티노였다.

지난시즌부터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았던 티토 비야노바 감독은 암 재발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사임을 결심했다. 네이마르 등을 영입하며 명예회복을 노리던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애슬레틱 빌바오를 성공적으로 이끈 마르셀로 비엘사,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루이스 엔리케, 스완지시티에 캐피탈원컵을 안긴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 등이 차기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바르셀로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르티노 감독을 택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다. 과연 바르셀로나는 마르티노 감독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마르티노 감독은 이미 남미축구에서 명장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마르티노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명문클럽 뉴웰스올드보이스의 레전드였다. 리오넬 메시의 부친 호르헤가 가장 좋아하던 선수이기도 했다. 1998년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한 마르티노 감독은 2002년 파라과이 리그로 적을 옮긴 뒤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파라과이의 명문클럽 리베르타드와 세로포르테뇨에서 4차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06년에는 남미의 챔피언스리그인 코파리베르타도레스에서 리베르타드를 4강에 올려놓으며 2007년 남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7년 2월 파라과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마르티노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파라과이를 8강으로 이끌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파라과이를 떠나 2012년 뉴웰스올드보이스 감독으로 부임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마르티노는 2013년 아르헨티나 리그 우승과 코파리베르타도레스 4강 진출을 이끌며 자신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마르티노 감독의 철학은 바르셀로나와 닮았다. 그는 인자한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가족과 같은 팀을 구성하길 원한다. 유스 출신을 중용하며 팀 이상의 유대감을 갖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철학이기도 하다. 전술적으로도 바르셀로나의 지향점과 비슷하다. 마르티노 감독은 유럽축구 역사상 최초로 '6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던 2008~2009시즌 바르셀로나를 최고의 팀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현역시절 비엘사 감독의 가르침을 받았던 마르티노 감독은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높은 곳에서부터 볼을 뺏는데 중점을 둔다. 여기에 베스트11을 정하지 않고 순간마다 멤버를 교체하고, 전술적으로도 상당히 유연하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자신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고 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상의 감독을 선임한 셈이다.

결국 마르티노의 바르셀로나는 기존의 틀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바르셀로나보다 더 바르셀로나 같은 축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마르티노 감독은 뉴웰스올드보이스에서 높은 볼점유율과 빠른 공격전환, 그리고 공격수부터 이어지는 엄청난 압박을 강조한 바 있다. 비야노바 감독은 전방 압박보다는 존디펜스 개념의 축구를 펼쳤다.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력화 시키는 티키타카는 여전했지만, 전방 압박과 다이나믹한 면에서는 호셉 과르디올라 시절에 미치지 못했다. 마르티노 감독은 바르셀로나에 영광을 안겼던 무한 전진 압박과 빠른 공격 전환 전술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마르까지 가세한 공격진은 마르티노식 축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포진한 미드필더도 이미 마르티노식 축구에 익숙해 있다. 문제는 수비다. 바르셀로나는 지난시즌 드러낸 수비력 부재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형 수비수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수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마르티노식 압박축구는 후방에 약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뒷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빠른 스피드와 역습시에는 직접 공격작업까지 할 수 있는 수비수가 필요하다. 좋은 수비수 영입은 다음시즌 바르셀로나 성공을 위한 마지막 열쇠가 될 듯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