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떨어진 기력과 허해진 몸을 북돋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 몸을 보양하면서 인삼주, 복분자주, 막걸리, 와인 등을 함께 마시게 된다. 이런 술은 약주 또는 보양주로 일컬어지며 건강에 도움을 주는 보약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보양주라는 이미지로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과음하는 경우도 있다. 보양주는 많이 마셔도 괜찮은 걸까?
▶보양주는 몸에 좋은 술?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한방과 심재종 원장은 "보양주가 건강에 좋다는 말은 애주가들의 핑계일 뿐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라고 지적한다. 엄연히 보양주도 술이다. 보양주는 보통 13~14도에서 높은 것은 30도까지 나가는 알코올 함유량을 가지고 있다. 알코올 농도가 30도인 보양주의 경우 소주잔으로 1잔, 13도인 경우 2잔 이상을 마시게 되면 각종 소화기계, 순환기계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보양주 중에 몸에 좋은 술로 인식해 마시는 복분자주가 있다. 복분자는 한의학적으로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성기능을 돕는다. 이러한 효능을 얻고자 한다면, 가공하지 않고 먹거나 갈아 마시는 등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뛰어난 약성을 함유한 술이어도 '술은 술'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술에 빨리 취하고 숙취가 심해진다.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땀이 많이 나 몸 속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지기 쉽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체온이 상승해 더 덥게 느껴지고, 우리 몸의 혈관이 확장돼 알코올의 흡수를 빠르게 한다. 즉,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자연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다. 더불어 과음을 하면 오히려 탈수증상이 초래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평소와 똑같이 마셨는데도 여름이 더 술에 취약한 이유다.
▶보양주도 체질을 알고 마셔야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소음, 소양, 태음, 태양인 네 가지로 분류한다. 신장기능이 좋고 소화기능이 약한 소음인은 입이 짧고 체력이 약해 유난히 추위를 탄다. 때문에 성질이 따뜻한 높은 도수의 술인 인삼주가 적합하다. 인삼주는 술과 인삼이 모두 열의 성질을 지녀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이 마시게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위장기능이 좋고 신장기능이 약한 소양인은 몸의 열을 빼주고 음기를 보충해 주는 복분자주가 몸에 맞는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대사 작용으로 인한 발열로 숙취가 잘 풀리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폐 기능은 좋지만 간 기능이 약해 술에 대한 해독능력이 떨어지는 태양인은 오래 숙성시킨 와인과 같은 술이 좋다. 몸이 차고 호흡기가 약한 태음인은 대장이 약해 매실주나 막걸리와 같은 술을 권한다.
심재종 원장은 "술을 마셔서 좋은 체질은 없다"면서 "꼭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본인의 체질에 맞는 술을 선택해 소량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