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호보의 첫 발걸음은 과연 100점 만점에 몇 점일까. 스포츠조선이 5개 항목별(항목별 20점 만점)로 평가한 결과 73점이 나왔다. 가능성은 보였지만 숙제도 많았다. 결론은 아직 갈 길은 멀다는 것이다.
한국은 28일 잠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전에서 일본에 1대2로 패했다. 2무1패(승점 2)로 3위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2승1무(승점 7)로 우승을 차지했다.
브라질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1년이다. 숙제는 풀고,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 홍명보의 첫 무대, 그 평가서를 공개한다.
▶대표팀 신뢰 지수=18점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홍 감독의 첫 공약은 A대표팀의 신뢰 회복이었다. 태크마크 위상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 늪에 빠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의 졸전과 기성용의 SNS 논란 등으로 홍명보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동아시안컵은 '힐링(치유)의 무대'였다. 진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희망을 쏘아올렸다. 호주와의 1차전에선 한국 축구 특유의 색깔이 살아났다. 강력한 압박과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중국과의 2차전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최강희호에서 논란이 된 '뻥축구'도 사라지면서 팬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비록 한-일전에 패전의 멍에를 안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데이 때면 유럽파도 합류한다. 홍명보호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보다는 당근이다. 대표팀 신뢰 지수는 상승했다. 그것만으로 수확이다.
▶홍명보 용병술=16점
'뺄셈의 용병술'이었다. 동아시안컵에선 K-리그와 J-리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만 소집했다. 동아시안컵은 성적보다는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회였다. 단 한 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백업 골키퍼인 이범영(부산) 뿐이었다. 2차전 중국전이 압권이었다. 예상을 깼다. 호주전과 비교해 9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시험대인 것은 분명했다. 눈도장을 받지 못할 경우 유럽파가 합류하는 다음 소집에서는 발탁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일전에서는 호주전 베스트 11이 그대로 중용됐다. 체력적인 부담도 고려했다.
홍 감독은 무리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실험이 아니라고 했지만 본연의 임무를 착실히 수행했다. 점검해야 할 선수는 모두 봤다. 성적보다는 내용이 중요했다. 앞으로의 용병술이 더 주목된다.
▶한국형 전술=14점
홍 감독은 '한국형 전술'로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고지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한국형 전술의 근간은 튼튼한 조직력이다. 강력한 압박에서 출발한다. 단단한 수비가 첫 포인트다. 공격은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다.
압박은 합격점을 받았다. 비록 무실점 행진이 일본전에서 끊겼지만 수비 조직력도 개선됐다. 하지만 공격 전환은 아쉬움이 남았다.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짜임새있는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중원과 공격라인에서 수적으로도 열세였다. 전술적으로는 다소 취약했다. '한국형 전술' 보완할 숙제는 산적해 보인다.
▶아쉬웠던 골결정력=10점
축구는 골로 말한다. 홍명보호 최고의 아킬레스건은 골결정력이었다. 3경기에서 무려 44개의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골은 단 한골에 불과했다. 높은 볼점유율을 자랑했지만 비생산적인 축구를 한 셈이다. 골결정력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골과 가장 가까운 원톱이 엇박자를 냈다. 홍 감독은 김신욱(울산) 김동섭(성남) 서동현(제주)을 소집했다. 각각 1m96, 1m87, 1m88인 이들은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큰 키를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다. 김동섭이 2차례, 서동현이 1차례 선발 기회를 잡았다. 김신욱은 3경기 모두 조커였다. 세 선수가 걷돌았다. 미드필더들과의 호흡이 불안했다. 골결정력은 한국 축구의 고질이다. 브라질월드컵사상 첫 8강을 향해서는 꼭 큰 넘어야 할 벽이다.
▶발전 가능성=15점
유럽파와 그림을 함께 그려야 한다. 동아시안컵은 반쪽 소집이었다. 공격은 수확이 없었지만 좌우측 날개는 더 풍성해졌다. 중앙수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젊은피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좌우측 윙백도 아쉬움이 남지만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최강희호에선 좌우측 윙백은 큰 구멍이었다.
여러 포지션에서 유럽파와 국내파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2013년 동아시안컵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아파할, 안주할 필요도 없다. 눈물없이는 미소도 없다.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아가야 된다. 잠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