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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윤일록, 아픔-기쁨 동시에 안긴 홍명보호서 활짝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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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가뭄'에 시달렸던 한국 축구가 A매치 5경기 만에 골갈증을 해갈했다.

홍명보호 첫 골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홍명보호 '막내' 윤일록(21·서울)의 오른발이 번쩍거렸다. 한국 선수가 A매치에서 득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 6월 4일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1대1 무)에서 김치우(30·서울)의 골 이후 5경기 만이다. 한국은 6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1대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당시 골은 우즈베키스탄의 자책골이었다.

5경기 만에 귀중한 골을 선사한 윤일록은 홍명보호에서 아픔과 기쁨을 동시에 맛보며 성장했다. 2011년 9월, 당시 올림픽을 준비중이던 홍명보 감독의 눈에 띄어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성한 그의 꿈은 단 5일만에 산산조각이 됐다.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열린 올림픽대표팀의 올림픽 최종예선 1차전 오만전. 그는 18인 최종명단에 없었다. 부모님 앞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려던 꿈도 물거품이 됐다. 당시 홍 감독이 남긴 한 마디는 "다시 대표팀에 부를테니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라"였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며칠간 집안에만 머물며 가슴앓이를 했다. 이후 10월에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그는 1골-1도움으로 5대1의 대승을 이끌며 홍 감독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윤일록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활약하며 홍명보호의 올림픽 본선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다시 시련이 시작됐다.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림픽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을 뿐 최종엔트리(18명)에선 또 제외됐다. 그는 브라운관을 통해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의 환희를 지켜봤다. 그 또한 감격했다. 하지만 허전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윤일록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올초 경남에서 서울로 이적했다.

2013년, 홍 감독의 시대가 열렸다. 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에서 A대표팀으로 말을 갈아탔다. 동시에 윤일록도 다시 한 번 실험대에 섰다. 동아시안컵 1차전 호주전부터 윤일록은 선발 출격을 명 받았다.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으로 홍명보호의 공격을 2선에서 이끌었다. 홍 감독은 중국전에서 대변화를 줬다. 그라운드에도 대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단, 윤일록만은 제외였다. 그는 호주전 왼쪽 날개로 출격한데 이어 중국전에서는 섀도 공격수로 변신했다.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은 여전했다. 윤일록은 운명의 한-일전에서 또 선택을 받았다. 홍명보호 3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전경기 선발 출전한 이는 윤일록 뿐이었다. 다시 왼쪽 날개에 섰다. 홍 감독의 믿음만큼 그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33분만에 환하게 웃었다. 0-1로 뒤진 전반 33분, 이승기(25·전북)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아픔과 기쁨이 공존했던 홍명보호에서 윤일록은 이 한 골로 다시 비상했다. 동시에 홍명보호 첫 골의 주인공 이름으로, '윤일록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잠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