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에서 33번의 슈팅을 날렸다. 골네트가 출렁인 것은 한차례도 없었다. 완벽했던 홍명보호의 유일한 아쉬움, 골결정력이다.
홍명보호가 2013년 동아시안컵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17일 소집 후 단 일주일간 발을 맞췄을 뿐이지만, 전임 최강희 감독이 남기고 간 고민 대부분을 해결했다. 매경기 실점을 내주던 수비는 안정감을 더하며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전방부터 이어진 강력한 압박은 홍명보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공격에서도 뻥축구에서 탈피해 짧은 패스를 앞세운 아기자기한 축구로 속도감을 더했다. 그러나 결정력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한국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포함해, 4경기 연속으로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홍 감독 역시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수한 기회 속에서도 득점을 하지 못한 홍명보호의 골가뭄에 대해 분석해봤다.
▶런던올림픽의 성공비결, 중앙의 삼각형+박주영
홍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런던올림픽에서 사용한 전술이기도 하다. 수비 전술 자체는 런던올림픽 당시와 큰 변화가 없다. 홍 감독은 수비시 숫적인 우위를 강조한다.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축으로 포백까지 6명의 선수가 수비틀을 유지한다. 측면 미드필더도 윙백과 간격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한다. 최전방 공격수와 섀도 스트라이커는 전방위 압박으로 수비진을 지원한다. A대표팀의 수비가 빠르게 안정화를 찾은 이유는 런던올림픽서 함께 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홍 감독의 스타일에 빠르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공격진에는 다소 변화가 있다. 런던올림픽으로 돌아가보자. 홍 감독은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더블볼란치 기성용(스완지시티) 박종우(부산) 중앙 라인을 삼각형 형태로 고정시켰다. 중앙에서 숫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패스는 이 세명을 철저히 거쳐갔다. 좌우 윙어로 기용된 김보경(카디프시티)과 남태희(레퀴야)의 부진도 있었지만, 분명 런던올림픽대표팀 공격의 주루트는 중앙이었다. 구자철은 가공할 기동력과 센스있는 패싱력, 탁월한 키핑력으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리고 연계능력과 마무리 능력을 갖춘 박주영(아스널)의 존재는 중앙 지향적 공격의 힘을 실어줬다.
▶2선 공격형 미드필더의 침투 전략, 절반의 성공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구자철과 박주영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홍 감독은 다른 해법을 택했다. 대신 2선 침투가 뛰어난 선수들을 중용했다. 과감한 공격가담과 포지션 체인지를 앞세운 공격형 미드필더는 홍명보호 공격의 핵심이었다. 호주와의 1차전은 '한국형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렸다. 전술 이해도가 높고, 빠르며, 기술이 좋은 윤일록 고요한(이상 서울) 이승기(전북)는 시종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호주 수비를 괴롭혔다. 특히 좌우 미드필더로 포진한 윤일록과 고요한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단연 돋보였다. 1차전에서 2차전에 비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와의 2차전에서 기용된 좌우 측면 미드필더 염기훈(경찰청)과 조영철(오미야)는 사이드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전형적인 윙어의 모습을 보였다. 섀도 스트라이커 윤일록의 원맨쇼로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그 파괴력면에서는 좌우 미드필더가 함께 도와준 호주전에 미치지 못했다.
2선에 포진한 공격형 미드필더의 맹활약은 역설적으로 최전방 공격수의 부침으로 이어졌다. 2선을 중심으로 공격이 이루어지다보니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은 공간 창출로 한정됐다. 김동섭 서동현 김신욱 모두 연계능력이 뛰어난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호주전과 중국전에서 최전방에 기용된 김동섭(성남) 서동현(제주)은 다양한 패싱게임에 녹아들지 못했다. 후반 조커로 기용된 김신욱(울산)은 2선 공격수와의 호흡에 문제가 있는 모습이었다. 결국 2선 공격수들이 마무리까지 해야 했다. 윤일록의 경우 김동섭 서동현보다 많은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홍명보호에 포진한 2선 공격수들은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