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박병호 최 정의 2파전 구도가 3파전으로 급변했다. 지각변동의 중심에 2011년 홈런왕 최형우가 있다.
최형우가 또 폭발했다. 3경기 연속 홈런이다. 최형우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서 1회 2사후 중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2B에서 NC 선발 이재학의 136㎞짜리 바깥쪽 낮은 코스의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야구장을 반으로 갈랐다. 전날 NC전 10회말 극적인 끝내기 홈런에 이은 개인 통산 4번째 연타석 홈런. 최근 페이스가 가파르다. NC와의 3연전 내내 담장을 넘겼다. 보통 홈런이 아니었다. 23일 1차전에서는 0-0이던 6회 에이스 찰리로부터 135m짜리 초대형 투런포를 날렸다. 그대로 결승점이 됐고 삼성은 2대0으로 후반기 첫 경기를 기분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이틀째인 24일에는 3-3 동점이던 10회말 2사후 프로 데뷔 첫 끝내기 홈런으로 4대3 역전승을 완성했다. 25일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선제 솔로포. 중요한 순간마다 어김 없이 최형우의 대포가 터진 셈. 몰아치기 페이스. 시작에 불과하다. 최형우는 7월 13경기에서 이미 7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SK 최 정(18홈런)을 넘어 홈런 1위 넥센 박병호(20홈런)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가파른 추입마 행보다.
최형우의 홈런 행보가 심상치 않은 이유. 세가지쯤 있다. 우선, 더위에 강하다. 홈런왕에 올랐던 2011년 7월 이후 64경기에서 3할7푼8리의 타율과 14홈런 66타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7월에만 7개의 홈런을 치고 있는 올시즌 역시 2년전 페이스와 흡사하다. 스스로 "여름에 페이스가 좋아지는 편"이라고 밝힐만큼 여름 승부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두번째, 탁월한 장타 생산 능력이다. 최형우 타구의 비거리는 유독 길다. 튼실한 하체 리드의 스윙과 팔로스로우로 생각보다 타구를 생각보다 더 멀리 보낸다. NC와의 3연전에서 기록한 3개의 홈런 비거리가 135m→130m→125m였다. 배트 중심에 맞았다 하면 확실하게 넘어간다. 구장 팩터와 관계 없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충분한 파워가 있다.
세번째, 다른 후보보다 유리한 환경이다. 소속팀 삼성은 1위다. 아직까지는 다소 불안한 승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와 승차를 벌릴 수록 최형우의 부담은 줄어든다. 그는 "(홈런왕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팀성적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팀 승리가 중요하다. 게임 차를 많이 벌리지 않는 이상 홈런을 의식할 여유가 없다"며 팀을 앞세우고 있다. 바꿔 말해 게임 차가 다소 여유가 생기면 의도적인 노려치기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뒤에 이승엽 채태인이란 강력한 타자들이 버티고 있다는 점도 축복이다. 상대투수로선 최형우와 어렵게 승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최형우의 홈런 레이스 가세. 후반기 시작과 함께 3명의 힘 센 사나이들이 벌이는 경쟁 구도가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