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는 어떤 타격을 해야할까. 볼카운트 3B일 경우 대부분의 타자들은 공 1개를 더 기다린다. 스트라이크가 돼도 3B1S로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투수는 타자보다 훨씬 큰 부담을 안고 있어 다시 볼을 얻어 걸어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팀의 간판타자, 즉 중심타선에 포진한 타자들은 볼카운트가 유리해도 적극적으로 타격을 하는 경향이 있다. 감독도 중심타자가 3B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에 대해 그렇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이라면 자기 스윙을 할 경우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의 기대대로 3B에서 타격을 하면 좋은 타구들이 나올까. 기록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올시즌 9개팀 전체 타자들의 3B에서의 타율은 2할7푼(37타수 10안타)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 타율 2할7푼과 비교하면 3B이라고 해서 타자들이 더 좋은 타격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볼넷은 634개가 나왔고, 사구는 1개가 기록됐다. 즉 3B 상황의 672차례 타석에서 94.3%의 타자들은 공 한 개를 더 기다려 볼넷을 얻어냈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37번 타석에서는 안타가 10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볼카운트 3B에서는 보통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소극적인 투구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카운트를 더 이끌어 나가봐야 투구수만 많아지고 범타로 아웃시킬 확률이 떨어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인구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3B1S의 볼카운트는 의미가 다르다. 9개팀 전체 타자들의 3B1S에서의 타율은 3할8푼8리(536타수 208안타)나 된다. 861개의 볼넷이 나왔고, 사구는 2개, 희생타와 희생플라이가 10개였다. 3B1S에서도 여전히 공 한 개를 더 기다린 타자들이 많았지만, 타격을 한 경우에도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3B1S에서는 투수들이 3B때와는 다른 심리를 가진다. 스트라이크 1개를 더 잡으면 풀카운트가 돼 타자들도 심리적으로 쫓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B보다는 집중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게 된다는 의미다. 스트라이크를 기다리고 있던 타자라면 좀더 정확하게 공을 받아쳐 질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화가 후반기 첫 두 경기에서 롯데에 1점차 패배를 당했다. 24일 경기에서는 연장 12회 끝에 5대6으로 패해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12회말 1사 1,2루서 4번타자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투수 김승회는 연속해서 볼 3개를 던져 볼카운트는 3B이 됐다. 김승회가 4구째 몸쪽으로 높은 공을 던졌다. 그냥 기다렸다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가 1사 만루가 되는 상황. 이후 이대수나 송광민 타석에서 동점 내지는 역전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4구째 배트를 휘둘러 평범한 좌익수플라이로 물러났다.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몸쪽 높은 공에 타격 밸런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태균은 타격을 한 뒤 고개를 숙이며 방망이를 내던지고 1루로 달려나갔다. 물론 김승회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서 형성됐다면 좋은 타구가 나왔을 수도 있다.
김태균은 전날(23일) 후반기 첫 경기에서 홈런을 포함해 2안타를 쳤고, 이날도 연장 10회 동점 2루타 등 2안타를 날리며 전반기보다 한층 영양가 넘치는 활약을 보였다. 김응용 감독이 "후반기 5할 승률을 위해서는 김태균이 살아나야 한다"고 했는데, 적어도 2경기에서는 4번타자로 자기 몫을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승부욕이 넘친 나머지 침착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나쁜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고 말았다. 이날까지 올시즌 김태균은 볼카운트 3B 상황에서 20개의 볼넷과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3B1S에서는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에 2홈런 10볼넷의 맹타를 휘둘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