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해보네."
답답한 KIA 선동열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무엇이 선 감독을 그렇게 답답하게 만들었길래 "가지가지 한다"라는 말에 이어 "별걸 다해보네"라는 말을 선 감독 어록에 추가시킨걸까.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선 감독을 애타게 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을 앞두고 선 감독의 걱정에 휩싸였다. 이날 서울지역에는 아침부터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앞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찬 비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경기 취소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야할 날씨였다.
하지만 KIA 선수단이 경기장에 도착한 오후 4시경 비가 그쳤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선 감독은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웬만하면 경기를 해야 한다. 아니, 무조건 했으면 좋겠다"고 탄식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최근 KIA만 유독 비 때문에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돼 어려운 마당에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걸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70경기 만을 소화해 지금까지 치른 경기수가 9개 구단 중 가장 적다. LG와는 무려 6경기나 차이가 났다. 일단, 비로 경기 취소가 이어지면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문제. KIA는 지난 20일 광주구장에서 조명을 켠 채로 야간에 청백전까지 실시했다. 실전감을 찾기 위해서다. 선 감독은 이를 두고 "별걸 다해본다"며 혀를 찼다.
선 감독의 진짜 걱정은 경기 감각이 아니다. 순위 싸움이 이어질 시즌 막판 과부하를 우려해서다. 비로 인해 취소된 경기들이 시즌 마지막 집중적으로 배치되면 100% 전력을 쏟을 수 없는게 당연하다. 여기에 올시즌은 9구단 체제로 인해 후반기 3연전이 아닌 2연전 스케줄이 이어진다. 이동거리가 길어져 체력적으로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열리기 1시간 30분 전인 오후 5시. 잠실구장에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선 감독은 체념한 듯 웃으며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지나가는 비였다. 구장 진행요원들이 스펀지를 들고와 일일이 그라운드의 물을 빨아들이는 등 정비를 마쳐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KIA는 LG에 3대1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원했던대로 경기를 치르긴 했다. 경기 후 선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