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홀딩스의 위장도급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티브로드 수도권사업부 마케팅팀이 지난해 작성한 '고객센터 구조 개선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하도급 관계에 있는 고객센터 직원 임명에 본사가 직접 개입하고, 영업 독려에 있어 강한 입김을 불어넣은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은 의원실은 "도급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 센터장을 본사가 지명하고 활동비 명목으로 임금을 줬다. 이는 위장 협력업체 운영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사회적 공분을 샀던 남양유업, CJ대한통운, 배상면주가 등 갑을 관계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케이블TV업계의 위장도급 문제에 이미 초점을 맞춘 상태였다. 당시 CJ헬로비전과 함께 케이블업계 1위를 다투는 티브로드의 AS와 설치, 철거를 담당하는 하도급 외주업체의 위장영업자 등록 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언급된 바 있다.
티브로드는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로 고객을 모집하고 유치하는 22개의 고객센터, 케이블 설치·철거 및 AS업무를 하는 25개 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센터는 본사와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하도급 업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사권과 임금 지급 등에 본사가 사실상 운영에 깊숙히 관여해온 것으로 보인다.
공개 문건 중 '센터장 변경 현황'을 보면 각 센터장 이름과 함께 '내부 발탁' 혹은 '외부 영입'으로 명단이 분류돼 있다. 내부 직원을 전환배치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또 센터장에 적합한 인력을 영입하거나 내부 발탁해 본사와의 관계를 좀더 밀착시킬 필요성도 설파하고 있다. '각 센터장 활동비는 500만원, 팀장은 1인당 250만원, 직원 1인당 100만원' 등으로 임금과 관련된 구체적 기준 명시는 센터 운영의 핵심 요소를 본사에서 좌지우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상적인 도급 관계에서는 협력업체에 전달한 전체대금 외에 직원 개개인에게 돌아갈 임금 몫은 논의되지 않는다.
2년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고객센터 영업력 강화를 위한 부진 직원 퇴출제도 시행 안내(대외비)'라는 제목의 문서에서는 '무실적 직원 및 E등급 팀장 연속 2개월, 연간 누적 3개월 해촉'을 지시하고 있다. 이는 영업이 부진한 센터의 영업의지 개선 및 부진자 해촉 경고를 통한 긴장감 고조, 비 개선자 퇴출시스템 운영을 통한 고객센터 인력 고도화가 목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은 의원실은 "티브로드 협력업체 직원은 최대 11시간에 달하는 근무, 토요일 정상근무 등으로 주당 60~70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브로드는 이에 대해 업무 연락의 일환이라고 항변한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업무 협의나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는 있지만 센터장 임명과 임금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도급업체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웃소싱을 통한 인력관리와 업무 효율성이다. 도급은 통해 노동력은 제공하지만 노무 거래는 아니다. 일의 목표 달성을 두고 벌이는 업체간 거래다. 만약 인사와 연봉에 관여한다고 하면 이는 사실상 도급이 아닌 고용계약이다. 이른바 위장도급이다.
위장도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도급을 통한 고용의무를 회피하면서도 직접적인 영업 강화같은 내부 부서 특유의 장점만 챙기려 들기 때문이다.
이번 티브로드 위장도급 논란이 어떤 식으로 발전될 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태광그룹은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이 배임, 횡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최종심 상고중이지만 보석으로 나와 병원에서 지병을 치료중이다.
태광그룹은 컨트롤 타워가 휘청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치면서 그룹 안팎도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과 신사업 역량 집중 등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사회적인 이슈인 '갑을 논란'에 또다시 휘말리게 된 모양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