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교체를 위해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해당 투수가 더 던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3일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전이 열린 대전구장. 7회초 롯데 공격 때 재미있는 장면이 벌어졌다. 롯데 선두타자 정 훈에게 우중월 3루타를 내준 한화 선발 투수 이브랜드는 후속타자 이승화를 삼진으로 잡아 1사 3루.
조성환 타석 때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6회까지 4실점을 기록한 이브랜드의 투구수가 많아지자 교체를 위해 나선 것이다. 대전구장 외야 오른쪽 홈팀 불펜이 열리고, 구원 투수 김광수를 태운 투수교체용 차량이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그런데 잠시 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브랜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정 코치가 덕아웃에 사인을 보낸 뒤 마운드를 내려왔고, 투수교체용 차량이 방향을 바꿔 불펜쪽으로 돌아간 것이다. 투수가 바뀌는 걸로 알았던 관중들은 잠시 어리둥절 했을 것 같다.
사연이 있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정 코치가 투수 교체를 결정하고 불펜에 연락을 한 뒤 후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런데 이브랜드가 더 던지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래서 교체를 미룬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화 코칭스태프가 이브랜드의 고집을 꺾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체타이밍 지연은 실패로 끝났다. 조성환을 삼진으로 잡은 이브랜드는 후속타자인 손아섭에게 1타점 3루타를 맞고 강판됐다. 교체투수는 김광수였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