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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만에 변화된 홍명보호, 최강희호와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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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이었다. 48시간 만에 꾸려진 팀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첫 출항을 알린 홍명보호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홍명보호가 20일 2013년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호주와 0대0으로 비겼다. 비록 무승부였지만, 한국축구의 희망을 봤다. "수비 면에서는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이틀간 준비한 것 이상으로 좋은 경기를 해줬다"고 평가한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당당함에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축구는 상대적이다. 한 경기만으로 A대표팀의 변화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100% 만족도 아니다. 골 결정력 부재의 숙제도 남았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최강희호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왜, 달라졌을까.

▶'한국형 축구' 자부심을 보여준 경기력

가장 먼저 경기력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강희호는 지난달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연전을 치르면서 경기력에 대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과거의 '뻥 축구'로 돌아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세부 전술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 원활한 패스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드필드를 거치는 과정이 생략됐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의 머리만 쳐다봤다. 포스트 플레이의 빈도수가 잦았다. 공을 최전방으로 빨리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특히 선수들의 개인 역량이 100% 발휘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빠른 발을 가진 손흥민(레버쿠젠)의 장점이 김신욱과 겹쳐 발휘되지 않았다. 또 수비 조직력도 허술했다. 잦은 수비진의 변화로 포백 수비라인이 흔들렸다. 줄곧 밀어붙이다가도 한번의 역습에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홍명보호는 달랐다. 축구 색깔이 뚜렷했다. 공간과 압박, 공수 조직력이 돋보였다. 홍 감독이 말한 '한국형 축구'였다.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경기를 풀었다. 빠르게 공을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상대 측면을 허무는 것은 윤일록과 고요한(이상 서울) 등 측면 공격수뿐만이 아니었다. 좌우 풀백 김진수(니가타)와 김창수(가시와)가 가세했다.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빠른 위치 이동은 좀더 많은 선수를 활용해 상대 조직력을 뚫을 수 있는 힘이 됐다. 수비 조직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무엇보다 김영권(광저우)과 홍정호(제주)로 구성된 중앙 수비는 강한 압박과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과시했다. 홍 감독은 "수비적인 면에서는 우리 선수들에게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한마디로 높이 평가했다. '홍명보의 아이들'이 대거 출전한 것이 경기력을 빨리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홍 감독의 축구정신과 전술을 숙지한 선수들이 호주전에 7명이나 출전했다. 홍정호는 "올림픽 선수들이 많아 홍 감독님의 전술을 잘 알고 있다. 처음 접하는 선수들에겐 우리가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품격있는 리더가 깨운 선수들의 '원팀' 정신

A대표팀은 이미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양극화가 진행돼 있었다.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화는 사실로 드러났다. 최종예선이 끝난 뒤 대표팀 분위기는 더 악화됐다. 최 감독을 향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SNS 파문'이 불을 지폈다. '논란'은 홍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그래서 홍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결과보다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17일 첫 소집, 첫 발걸음부터 달리 했다. 복장, 차량, 동선에 대한 엄격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내렸다. 내부 분위기 반전의 첫 걸음이었다.

최강희호에선 선수 개인의 사생활과 자존심이 중시됐다. 그러나 희생만 강조될 뿐 단합은 없었다. 홍명보호는 달랐다.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팀만이 존재했다. 48시간만에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홍 감독만의 특별한 리더십이 통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을 지휘할 사령탑이니 월드컵 본선에 가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선수들은 배울 점이 없는 지도자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홍 감독의 품격은 남달랐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자"는 홍 감독의 한마디에 선수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원팀, 원스피릿, 원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향한 희망의 첫 단추를 꿰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