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가세로 9개 구단체제로 출발한 2013 프로야구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 올스타브레이크를 갖는다. 아쉽게도 지난해보다 관중은 줄었지만 야구의 재미는 여전하다. 팬들에게 며칠씩 회자되는 즐겁고,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던 얘깃거리도 풍성했다. 전반기를 돌아보며 5대 뉴스를 뽑았다.
▶이런 기분 처음이야.
뭐니뭐니해도 10년간 4강에 오르지 못했던 LG의 약진은 프로야구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항상 초반엔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5,6월 이후 내리막길을 타 결국 하위권으로 떨어지길 반복했던 LG는 올시즌은 달랐다. 주축 외국인 선수 주키치의 부진이나 임찬규의 물세례 사건 등의 암초가 있었지만 꿋꿋하게 야구에만 집중했고, 그결과는 1위 삼성에 반게임차 뒤진 2위. 4강은 물론 우승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NC는 데뷔후 7연패로 시작했지만 예상외로 빠르게 프로구단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외국인 투수 3명이 안정된 피칭을 하고 이호준과 나성범 김종호 등 타자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순위싸움에 고추가루를 뿌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한화는 명장 김응용 감독을 모셔왔지만 성적은 한숨이 나온다. 22승1무51패로 간신히 3할대 승률을 유지했다.
▶고개숙인 심판.
올시즌엔 기록적인 오심으로 심판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월15일 잠실 LG-넥센전서 나온 박근영 심판의 오심은 큰 사건이었다. 0-0이던 5회말 2사 만루서 LG 박용택이 때린 강습타구를 넥센 3루수 김민성이 몸을 날리며 잡아 2루로 송구했으나 박근영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이후 LG의 방망이가 터지며 팽팽했던 경기가 LG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9대0으로 LG가 완승을 거뒀다. 슬로비디오 상으로 너무나 완벽한 아웃이었기에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박근영 심판은 다음날 곧바로 2군으로 강등돼 한달이 지난 뒤에 다시 1군에 올라왔다. 이어 지난 6월 23일 인천 SK-롯데전서는 주심이 투수 교체에 대한 바뀐 룰을 모르고 진행시켜 물의를 빚었고, 이어 6월 29일 삼성-KIA전서는 안타라고 판정했던 타구가 아웃으로 판정 번복이 되면서 KIA 선동열 감독이 선수단을 덕아웃으로 철수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록은 계속된다.
많은 경기를 치르면 여러 진기한 기록들이 생기게 된다. 팬들은 그런 맛에 또 야구를 본다. LG 돌풍을 이끌고 있는 베테랑 이병규는 2개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서 1회초 안타, 3회초 홈런, 5회초 2루타, 7회초 3루타를 날려 역대 15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4년만에 나온 사이클링 히트. 당시 나이 38세8개월10일로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 달성자가 됐다. 이병규는 10연타석 안타의 진기록도 만들었다. 지난 3일 잠실 한화전의 2루타를 시작으로 9일 잠실 NC전까지 9연타석 안타로 타이기록을 세운 이병규는 10일 NC전 2회말 선발 손민한으로부터 우전안타를 만들어 10연타석 안타의 대기록을 세웠다.
통산기록도 풍성했다. 이승엽은 지난 6월20일 인천 SK전서 윤희상을 상대로 개인통산 352호 홈런을 날려 양준혁이 갖고 있던 기록을 넘어서 한국 최고의 거포로 우뚝섰다. 한국의 최고 마무리인 삼성 오승환은 프로야구 최초 250 세이브를 돌파하며 통산 세이브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지난 4월 7일 대구 NC전서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 15세이브를 더해 현재까지 265세이브를 기록.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트레이드로 떠들썩한 시즌이기도 했다. 세차례 트레이드가 팬들에게 흥미를 끌었다. 두번의 트레이드는 서로에게 필요한 윈-윈 트레이드로 박수를 받았다.
지난 4월 18일 넥센이 넥센이 송신영과 신재영을 데려오고 NC에 지석훈 이창섭 박정준을 보낸 2대3 트레이드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넥센이 베테랑 불펜투수를 데려오면서 불펜을 강화했고, NC는 타선을 보강했다. 넥센은 일주일 뒤 다시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서동욱을 데려오고 포수 최경철을 보냈다. 넥센은 주전들과 실력차가 나지 않는 백업 내야수가 필요했고, LG는 부상한 현재윤을 대신할 포수가 필요했던 것.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교환이었다.
세번째가 팬들의 관심도는 가장 컸지만 기대한 만큼 소득은 얻지 못했다. 5월 6일 KIA와 SK는 김상현 진해수-송은범 신승현을 맞교환하는 대형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구원투수가 부족했던 KIA는 불펜을 강화할 수 있게 됐고, 타선 약화로 골머리를 쌌던 SK는 거포 영입으로 타선이 살아나는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트레이드 효과는 미미하다. 기대했던 송은범은 KIA에서 1승1패1세이브, 5홀드에 평균자책점이 무려 7.48로 좋지 않다. 불펜 강화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SK 김상현은 타율 2할5푼7리에 3홈런 17타점을 기록하며 부진에 허덕였고, 결국 2군에서 새롭게 담금질을 하고 있다.
▶처음인데...
프로에서는 여러 이유로 갑작스럽게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수비를 할 때도 생긴다. 그것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때도 있지만 어이없는 답답함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LG는 포수 문선재로 한동안 팬들을 즐겁게 했다. 지난 6월 2일 광주 KIA전서 LG는 0-4로 뒤지다가 10회 연장끝에 5대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포수 문선재 때문에 끝까지 아슬아슬했다. LG는 9회초 4점을 뽑으며 9-9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9회말 수비가 문제가 됐다. 포수가 없었다. 선발 윤요섭에 이어 교체멤버 최경철까지 대타로 바뀐 것. 결국 문선재가 포수마스크를 썼는데 문제는 문선재가 포수를 한 경험이 전혀 없던 선수라는 것. 그러나 문선재는 마무리 봉중근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공을 잘받아냈고, 10회초엔 역전 결승 2루타를 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한화에서도 김태완이 처음으로 3루수로 나섰다. 지난 13일 대전 삼성전서 김태완은 8회말 수비때 1루수 미트를 들고 3루로 향했다가 외야수 글러브로 바꿨다. 그만큼 생소한 자리. 주로 1루수와 외야수로 나섰던 김태완에게 3루수는 대학때도 하지 않았던 수비위치였다. 내야수 자원을 다 쓴 바람에 고육지책으로 김태완이 3루에 섰지만 평범한 타구를 내야안타로 만들어주고, 악송구 실책까지 하며 고개를 떨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