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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드, 외국서 보면 일부다처제인줄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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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예요?"

최근 주말 저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를 외국인이 본다면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전혀 거림낌없이 이런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전국 시청률 17.3%(이하 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일일 시청률 순위 톱3안에 든 MBC 주말극 '금나와라 뚝딱'은 아무리 재벌가이지만 구조가 희한하다. 남편은 박순상(한진희) 한명인데 아내는 자그만치 3명이다. 박순상과 실질적인 혼인 관계에 있는 장덕희(이혜숙)에다 내연의 관계인 민영애(금보라)가 있다. 거기다 장덕희와 민영애가 짜고 내쫓은 박현수(연정훈)의 친모이자 '조강지처'까지가 모두 박순상의 여자다.

더 특이한 것은 장덕희와 민영애의 관계다. 민영애는 전혀 거리낌 없이 장덕희에게 "형님"이라고 부른다. 장덕희 역시 민영애를 탐탁치 않아 하지만 목적에 맞춰 의기투합도 쉽게 한다. 현실이라면 '쉬쉬'할 텐데 박순상은 두집 살림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조차 없어 보인다. 모두 배다른 형제인 박현수와 박현준(이태성) 그리고 박현태(박서준)는 박순상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뒤이어서 전파를 타는 MBC의 또 다른 주말극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드러난다. 장태하(박상민)의 조강지처는 윤화영(신은경)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한 명의 아내가 있다. 80년대 톱 여배우 고주란(김혜리)은 '장태하의 두번째 부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장덕희 민영애보다 한술 더 떠 같은 집에 살기까지 한다. 서로 앙숙이지만 장태하라는 한 남자만 바라보며 '일부다처'를 용인하고 있다. 이런 '스캔들' 역시 지난 14일 14.1%를 기록하며 일일 시청률 순위 6위에 랭크됐다.

이런 상황이니 드라마만 보면 '한국이 언제 일부다처제로 바뀌었나'라는 궁금증까지 든다. 시대에 뒤떨어진 설정이라는 쓴소리는 못할 정도다.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들의 극에 호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드라마에 이같은 '일부다처' 시스템이 등장하는 것은 역시 좀더 자극적인 설정을 위해서다. 막장의 주요 소재인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좀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작가들도 불륜을 넘어 '일부다처'로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같은 과도한 설정은 제살 깎아먹기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방송사 자체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일부다처제'가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또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어떤 자극적인 설정이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제작진들의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