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프로야구 파란의 중심은 LG 야구였다.
시즌 초 일찌감치 찾아온 위기. '예년보다 빠르게 추락할 것'이란 예상을 비웃듯 10연속 위닝시리즈를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그 어느 팀보다 기복 없는 꾸준함의 야구를 펼쳤다. 전반기 2위 마감이 눈 앞이다.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 코칭스태프의 선수단의 호흡, 신-구의 조화, 선발과 불펜의 안정, 타선의 짜임새 등….
최근 주목받는 요소는 선발진이다. 이달 초 넥센전 3연패와 함께 찾아온 위기를 멋지게 탈출시켜준 힘이 바로 선발진에서 뿜어져 나왔다. 지난 한 주간 LG 선발진의 활약은 그야말로 경이적이었다. 4경기에서 27⅔이닝을 소화해 경기당 평균 약 7이닝. 내 준 점수는 단 3점이었다. 평균자책점이 0.98이다. 좌완 주키치가 컨디션 난조 속에 2군에 내려가 있는 가운데 4명의 선발진이 큰 힘을 냈다. 적절한 시점에 내린 비로 주키치 공백을 최소화했다. 유일한 좌완 선발 주키치가 빠진 상황이라 우완 4인방의 맹활약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현재 LG 선발진의 구색은 좋다고 할 수 없다. 오른손 투수 일색인데다 그나마 2명은 잠수함이다. 좌완 주키치가 빠질 경우 자칫 선발 로테이션 전체적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팀을 상대로 한 3연전. 각각 다른 형태의 투수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그재그 등판으로 상대 타선의 '적응'을 방해하고 밸런스를 흐트러 뜨릴 수 있다. '우완 정통-좌완-잠수함', 이런 순서면 이상적이다. 투수 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상대 타선에 미세한 조정이 이뤄진다. 그만큼 적응도 쉽지 않다.
하지만 LG는 현재 오른손 선발 뿐이다. 최악의 경우 3연전 기간 중 잠수함 투수가 2차례 등판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9~11일 잠실 NC와의 3연전이 그랬다. 신정락과 우규민이 동시에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리즈를 가운데 두고 하루 간격이 있었지만 뒤에 등판한 우규민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상황.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연구와 노력이 있었다. 3연전 마지막 날 선발 등판한 우규민은 "(신)정락이가 등판했던 첫 경기를 비디오로 5~6번 돌려봤다. 정락이의 변화구가 잘 먹혔던 터라 NC 타선이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구 비율을 높였고 커브도 속도 차이를 둬 타이밍을 안 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규민은 79개의 투구수 중 패스트볼을 42개(투심 33+포심 9) 던졌다. 25개 던진 커브는 최고 시속 123㎞, 최저 84㎞로 빠르기에 변화를 줬다. 잠수함 신정락, 우규민이 같은 팀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동시에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이들 잠수함 두 투수는 시즌 전부터 딜레마였다. 통상 잠수함 투수 2명을 동시에 선발에 배치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김기태 감독은 과감하게 동시 기용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적. 우규민은 팀 내 최다승인 7승(3패)과 평균자책점 3.43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신정락 역시 데뷔 첫 선발이란 부담감을 이겨내고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3승4패 평균자책 3.97로 순항하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은 잠수함 선발 듀오의 동반 성공기. 부담을 노력으로 극복해낸 결과라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