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에도 2연패를 막지 못했다. 사령탑은 선수들 앞에서 '내 탓이오'를 외쳤다.
롯데가 지역라이벌 NC에게 잇달아 발목을 잡혔다. 12일 창원 NC전에서 1대2로 패한 뒤, 13일엔 7대8로 패했다. 이틀 연속 1점차 패배, 그것도 실책으로 인한 뼈아픈 패배였다. 첫 날엔 실책이 결승점이 됐고, 케네디 스코어로 끝난 두번째 경기에선 실책으로 두 차례나 동점을 허용했다.
김시진 감독의 속이 탈 만 하다. 14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전날 패배를 곱씹었다. 1회초 먼저 3점을 낸 롯데, 1회말 선발 이재곤이 흔들리자 곧바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재곤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실점했다. 그래도 앞선 1회 선취점을 감안하면, 이재곤에게 좀더 기회를 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재곤이 1번타자 김종호에게 던진 초구가 몸에 맞는 볼이 되자 곧바로 김수완을 준비시켰다고 밝혔다.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의 눈에는 등판일정이 불규칙한 5선발 이재곤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는 게 보였다. 급하게 투입된 김수완은 4⅓이닝을 책임졌지만, 실책이 빌미가 돼 4실점(비자책)하고 말았다.
이후 기회는 또 왔다. 7회 박종윤의 스리런홈런으로 7-7 동점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이때 다시 한 번 승부수를 걸었다. 7회말 가장 믿음직스런 롱릴리프 김승회를 등판시켰다. 분위기를 탄 상황에서 금세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승리를 위한 마지막 카드였다. 하지만 김승회는 첫 타자 이호준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2연패 뒤 선수단 미팅을 가졌다. 무슨 말을 했을까. 그는 "선수들에게 이기고 지는 건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라운드의 중심은 뛰는 선수들이다. 지칠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 모두 고생하고 있고, 잘 하고 있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아무리 강한 팀도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 분명 일시적으로 부진할 수 있는 시점이다.
김 감독은 "1년 동안 계속 좋을 수는 없다. 선수들에게 나부터 집중할 테니, 좀더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실수에 대한 얘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강민호는 축 처진 롯데 덕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의 응원구호를 외치더니, 김시진 감독과 주먹을 맞부딪히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민호는 "인상을 써서 무엇하나. 웃어야 될 것 같다. 나도 최근에 인상을 너무 많이 써서 어젠 어색해도 일부러 웃으려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