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의 최대 매력은 이변이다.
반란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일어난다. 32강전에서 대구와 대전이 이변의 희생양이었다. 16강전에서 클래식(1부 리그)의 또 한 팀이 무너졌다. FA컵을 3차례 제패한 전남이 2부 리그의 돌풍에 쓰러졌다. 전남은 10일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13년 하나은행 FA컵에서 챌린지(2부 리그)의 수원FC에서 3대4로 무릎을 꿇었다.
전남은 수문장 김병지를 비롯해 주전 선수 3~4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13일 클래식 FC서울전에 대비한 자구책이었다. 반면 수원FC는 베스트 전력을 투입했다. 축구공은 둥글었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전남은 홈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전반에 허망하게 무너졌다. 전반 38분 수원FC의 하정헌에 이어 43분 조태우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전반 종료직전에는 하정헌에게 또 다시 골을 허용했다. 수원FC에게 3골차로 리드를 내준 채 전반을 마쳤다.
전남은 후반 전열을 재정비했다. 5분 만에 임경헌이 만회골을 터뜨리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추격 의지는 17분 만에 다시 부서졌다. 이정헌에게 4번째 골을 허용했다. 전남은 후반 30분 김영욱, 후반 40분 임경헌이 연속골을 작렬시키며 한 골차까지 따라붙었으나 더는 힘을 내지 못했다.
전남은 2003년과 2006년, 2007년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수원, 전북, 포항 등과 함께 공동 최다우승팀이다. 하지만 2부의 거센 파고를 넘지 못하며 16강에서 주저앉았다. 반면 수원FC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FA컵 8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챌린지의 광주FC를 홈으로 불러들인 FC서울은 지옥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두 팀은 헛심공방 끝에 전후반 90분을 득점없이 비겼다.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 전반 1분 첫 골의 주인공은 광주였다. 페널티에어리어에서 김은선의 오른발을 떠난 볼이 그대로 골문에 꽂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은 동점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연장 후반 8분 고대하던 동점골이 터졌다. 몰리나의 코너킥을 한태유가 골로 연결했다. 그리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윤일록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몰리나가 결승골로 연결했다.
또 하나의 클래식과 챌린지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인천과 상주 상무전도 연장 접전 끝에 승부가 판가름났다. 상주는 무늬만 2부다. 울산의 이근호 이 호 이재성, 수원의 이상호, 전북의 최철순 이승현 등 1부 출신들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인천으로선 쉽지 않은 승부였다. 전후반을 1-1로 마친 인천은 연장 후반 3분 터진 남준재의 결승골로 2대1로 승리했다. 진땀승이었다.
경남FC와 고양HiFC전도 혼전이었다. 후반 막판까지 0-0의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연장전으로 돌입할 것 같았던 경기는 후반 43분에 희비가 엇갈렸다. 경남의 이재안이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로써 16강에 오른 챌린지 4팀 중 수원FC가 유일하게 생존했다.
클래식 팀간의 대결도 뜨거웠다.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인 제주는 1대0으로 승리, 8강에 합류했다. 전반 23분 터진 송진형의 골을 끝까지 잘 지켰다.
부산은 강원을 2대1로 격파했다. 전반 20분 파그너의 선제골로 앞선 부산은 21분 뒤 김동기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다행히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방승환이 후반 31분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전북은 원정에서 후반 38분 터진 이동국의 결승골을 앞세워 울산을 1대0으로 물리쳤다.
성남-포항전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투였다. 120분 연장 접전 끝에 1대1로 막을 내렸다. 승부차기에서 포항이 4-2로 승리했다.
FA컵 8강전은 다음달 7일 벌어진다. 대진은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