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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주키치와의 아름다운 이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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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10년 숙원인 4강을 달성한다면? 벤자민 주키치(31)는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누고픈 외국인 선수다. 비록 용병이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힘겨웠던 지난 2년간 주키치는 LG 에이스로 활약했다. 2년 연속 30게임 이상, 두자릿 승수를 올리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팀 승리를 위해 강한 승부근성을 보여줬다. 경기장 안팎의 생활도 모범적이었다. '이런 용병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주키치는 가을잔치의 주축 선발로 활약해야 할 투수다. 그에 앞서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여름승부에서 주키치의 활약이 필수다. 가능한 기대치일까? 2013년 버전의 주키치. 100% 확답할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전망은 부정적 확률이 더 높다. 그가 겪는 슬럼프가 일시적이 아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주키치의 부진에 대해 "훈련 부족"이란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캠프 때 잔 부상(햄스트링과 발등)으로 러닝 등 훈련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면서 하체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의 변화 각도가 무뎌지고 전체적으로 높게 제구되면서 난타당하고 있는 이유.

그렇다면 앞으로 희망은 있을까? 썩 밝지만은 않다. 크로스로 몸을 비틀어 던지는 주키치는 체력 소모가 크다. 지난해 전반 펄펄 날고도 후반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진 이유도 체력 문제였다. 올시즌은 설상가상으로 겨울 훈련도 부족하다. 대반전이 일어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주키치는 올시즌 14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6패, 평균자책 5.70을 기록중이다. 밸런스 회복을 위해 시즌 중 2군을 두번이나 다녀왔지만 그 때 뿐이다. 2군 복귀 후 2번째 경기였던 7일 목동 넥센전에서 주키치는 5이닝 동안 피홈런 2개 포함, 11피안타로 8실점하며 난타당했다. 상대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넥센 타자들은 마치 코스와 구종을 예측하기라도 하듯 자신있는 풀스윙으로 장타를 쏟아냈다. 처참하게 무너진 에이스. 주키치 본인이나 벤치, 팬들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긴 순간. 주키치는 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시즌 벌써 3번째 2군 강등. 김기태 감독은 "언젠가 좋아지면…"이라며 '복귀시점'에 대해 확답을 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별의 순간이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한 주키치. 하지만 헤어지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그를 대신할 만한 용병이 없다. 시기적으로 불리한 시점.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실력파 선수들은 가을 확대 엔트리를 노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에이전트 간 촘촘한 정보 네트워크로 한국 사정에도 밝다. 현재 한국에는 대체 용병이 아쉬운 팀들이 많다. 살짝 경쟁이라도 붙을 경우 실력에 비해 과도한 몸값을 요구하기 일쑤다. 설득도 협상도 만만치 않다. 비싼 외화 들여 억지로 구해온다고 해도 애물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만큼 시장상황은 최악이다. LG도 시장 상황을 물색한 뒤 "주키치의 거취를 논하기 이전에 그를 대신할만한 용병이 없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LG의 4강행 확률.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물이 들어왔을 때 배를 띄우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준비해야 할 주키치와의 아름다운 이별. 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딜레마다.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포스트시즌에 뛸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일은 8월15일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