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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1박2일', 나영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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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저주?"

한쪽의 승승장구와 한쪽의 부진. 시점이 묘하게 겹쳤다. KBS '1박2일'과 한때 이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나영석 PD의 얘기다.

KBS에서 CJ E&M으로 둥지를 옮긴 나 PD는 지난 5일 tvN에서 방송된 자신의 새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선보였다. 전국기준 평균 시청률 4.15%(닐슨코리아)을 기록한 '꽃보다 할배'는 지상파 방송이 부럽지 않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평균 연령 76세의 대한민국 대표 '할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 여행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1박2일'과 공통점이 있지만, 무대를 유럽으로 옮기고, 예능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할배' 연예인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

반면 '1박2일'은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1박2일'의 시청률은 11.1%. 동시간대 최하위 기록이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17.2%)와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14.5%)과의 경쟁에서 완패했다. '1박2일'의 '세트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맘마미아'까지 5.2%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최하위에 머물렀으니 할 말이 없다. 이날 방송된 일요 예능 중 '1박2일'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해피선데이-맘마미아'와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 PD의 승승장구를 지켜보는 '1박2일'의 속이 편하지만은 않을 터.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특히, 나 PD가 '1박2일'을 이끌던 시절 이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꼽혔던 요소들이 이제는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도 씁쓸하다.

배우 엄태웅은 나 PD가 '1박2일'의 연출을 맡고 있을 때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이 많지 않아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많다는 점과 나 PD가 느꼈다는 엄태웅의 '인간적인 매력'이 섭외 이유였다. 당시 엄태웅은 '순둥이' 이미지로 '1박2일'에 잘 녹아들었다. 강호동, 은지원, 이승기 등 입담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예능 9단'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수룩한 캐릭터의 엄태웅이 더 돋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강호동, 은지원, 이승기가 '1박2일'에서 빠지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엄태웅의 캐릭터를 살려줄 만한 도우미가 없었다. 게다가 '1박2일'이 시즌2 체제에 접어들면서 엄태웅과 같은 소속사 연예인인 주원과 유해진이 잇따라 합류했다. 세 명 모두 예능 출연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 '1박2일'에서 '조연' 역할을 해줘야 할 캐릭터가 일곱 명 중 세 명이나 되다 보니 아무래도 큰 재미를 주긴 어려웠다.

또 한때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복불복 게임 역시 지금의 '1박2일'에겐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출연진과 나 PD가 중심이 된 제작진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펼쳐진 복불복 대결은 '1박2일'의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재미를 줬던 요소다. 하지만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여행 중 만나는 사람이나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 보다는 게임 자체에 얽매이게 되면서 '1박2일'은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의 '1박2일' 멤버들이 '여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복불복 게임을 했다면, 현재의 '1박2일'은 '복불복 게임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

현재 나 PD가 비슷한 컨셉트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1박2일'로선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1박2일'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 이대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