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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강자' KIA, 휴식 후 부진 징크스 탈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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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시즌은 길다. 한 두 경기만 하고 마는 게 아니라 거의 6개월 이상 100경기가 훨씬 넘는 경기수를 치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승패에 어떤 '경향성'이라는 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특정팀을 상대로 강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혹은 특정 요일에 치른 경기는 유독 자주 진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홈구장과 원정구장에서의 승률 차이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경향성이 안좋은 측면에서 자주 나타날 경우 '징크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KIA에도 올해 이런 식의 징크스가 하나 생긴 듯 하다. 중간 휴식기 이후 팀이 극심한 부진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개막 후 10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던 4월의 휴식기 이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겨우 10경기 밖에 치르지 않아서 선수들의 몸상태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과 6월의 휴식기는 이야기가 전혀달랐다. '참사'라고 불러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휴식기 이후 KIA는 부진했다. 지난 5월말에 가진 휴식기 이후에는 곧바로 LG에 3연패를 당하더니 6월 휴식기가 끝나자 두산과 1무1패, 삼성에는 3연패를 당하며 5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이래서 '참사'라는 말이 크게 이상하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승세를 타는 듯 했던 KIA는 번번히 다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휴식이 가장 반갑지 않은 구단은 어쩌면 KIA일 수도 있다. 그러나 KIA 선동열 감독은 늘 "어차피 우리나 다른 팀이나 상황은 다 똑깥다. 휴식기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방법을 찾겠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면 7월의 휴식기는 지금까지의 '휴식기 징크스'가 안 일어날 수도 있다. 지난 휴식기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KIA의 7월 휴식기 이후 치르는 첫 3연전은 바로 '원정 경기'다. 앞서 팀에 좌절을 안겼던 5월과 6월의 두 차례 휴식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차이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의 KIA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KIA는 홈경기보다 원정경기에서 무척 강했다. 시즌 초반에는 '원정 14연승'의 무서은 기세를 보였고, 현재도 원정 승률(6할6리, 20승13패1무)이 홈 승률(4할6푼9리, 15승17패1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경향성이 KIA의 '휴식기 징크스'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는 단순히 '원정경기에서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정경기의 특성 때문이다.

선수단이 원정경기를 치르려면 보통 경기일 하루 전에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 특급호텔에서 합숙 생활을 한다.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이런 시기라면 다소 어수선한 집보다 완벽에 가까운 온도 조절과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호텔이 훨씬 지내기 편하다. 또 음식도 정해진 시간에 최고 수준의 부페가 제공된다.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에 가장 적합한 메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원정경기를 하게되면, 선수단을 보다 철저히 관리할 수 있다. 게다가 오히려 훈련하기도 편하다. 실내훈련장 시설이 완전치 않은 광주보다 원정지역에서는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이나 인근 고등학교 연습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장점은 분명 올해 KIA가 원정경기에서 좋은 승률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부분이다. 선 감독 역시 "유부남에 아이까지 있는 선수들의 경우 아무래도 집에서는 어수선해서 잘 못 쉴 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잘 먹고, 잘 쉬니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한다"고 원정에서 강한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이런 가설이 실제로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는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소한 차이가 때로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과연 KIA가 원정경기의 좋은 영향력으로 휴식기 이후 반복되는 부진을 떨쳐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