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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택받은 차명진, "김진우 선배 커브 배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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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프로야구 최고의 팜이라 불리는 광주를 연고로 하고 있다. 당연히 연고지 1차 지명의 부활이 반갑다. 과거 해태왕조를 이끌었던 수많은 레전드들을 비롯해, 김진우(광주 진흥고, 2002년 1차) 한기주(광주 동성고, 2006년 1차) 등 많은 선수들이 광주 출신이다.

5년 만에 연고지 1차 지명이 부활한 올해, KIA의 첫번째 선택은 광주가 아닌 전남이었다. 순천 효천고 졸업예정인 우완투수 차명진(18)를 선택했다.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대졸 선수 위주로 신인선수를 뽑은 KIA로서는 의외의 지명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실제로 막판까지 동국대에 재학중인 유격수 강민국(광주일고 졸)과 경합을 펼쳤다. KIA로서는 고심 끝에 선발 자원 수혈을 요청한 코칭스태프의 의중대로 차명진을 선택했다.

차명진 본인 역시 얼떨떨한 듯 했다. 차명진은 지명 이후 "사실 지명될 것 같지 않았다. 민국이형이 너무 잘 하시고, 확실하단 말까지 있길래 거의 생각 안하고 있었다. 감독님께서 됐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9 신인드래프트 이후 5년만에 부활한 연고지 1차 지명, 남다른 의미가 있다. 게다가 현재 KIA엔 효천고 출신 선수가 없다. 현재 프로에서 활약중인 선수도 이성열(넥센) 정보명(롯데) 김선규(LG) 정도가 전부다.

사실 차명진은 KT의 우선지명 때도 후보로 거론됐다. 1m87, 90㎏의 다부진 체구에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이 돋보이는 우완 정통파 투수. 고교 우완 중에 손꼽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올해 14경기서 8승2패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했고,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에선 2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올시즌 직구 최고구속은 148㎞. 빠른 공을 바탕으로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완투 능력도 있어 선발투수로서 키워질 재목이다. 특히 고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구속이 상승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차명진은 신생팀 KT의 우선지명 대신 고향팀 KIA의 선택을 받은 데 대해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신다. 나도 연고지에서 먼저 뽑혀서 영광이다. KT는 1년간 준비하는 시간이 있지만, KIA는 바로 뛸 수도 있다. 더 노력하겠다"며 빨리 1군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차명진의 부친 차용옥씨는 학창 시절 배구를 했다. 처음엔 아들이 운동하는 게 못마땅했다. 누구보다 운동선수로서의 삶이 힘든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차씨는 어쩔 수 없는 야구광, 그것도 타이거즈의 팬이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공을 쥐어줬다. 문방구에서 작은 글러브를 사 아들과 캐치볼을 했다.

차명진은 당시를 회상하며 "어렸을 때 내가 운동신경이 부족해서 아버지가 안 되겠다고 하셨다. 초등학교 땐 다들 하는 축구도 잘 못했다. 북초등학교 감독님이 야구 한 번 해보자고 하셨을 때도 반대하셨다. 그런데 내가 공 던지는 걸 너무 재미있어 하니 마음이 달라지신 것 같다. 감독님도 계속 시켜보자고 하시니 아버지가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차명진은 용당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대표로 뽑혀 지역대회에 나갔다. 그나마 잘 하는 게 달리기였다. 이때 순천북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의 눈에 들었다. 또래보다 키가 크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아버지는 야구가 재미있다는 아들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순천북초등학교로 전학해 야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를 시작한 뒤엔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차명진은 "야구를 시작하고 나니, 뒷바라지 같은 건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다 알아서 해줄 테니 야구에만 집중하라고 하셨다"며 "이젠 좋아하시던 KIA에 갔다고 너무 좋아하신다.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뻤다"고 밝혔다.

'아기호랑이'가 된 차명진은 "입단하면 김진우 선배의 커브를 배우고 싶다. 지금도 커브를 던지는데 김진우 선배 같은 파워커브를 장착하고 싶다"며 웃었다.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할 수 있는 게 자신의 장점이라는 차명진, 과연 타이거즈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