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사병들의 화려한 외출이 충격을 안겼다.
최근 SBS '현장21'에서는 연예사병들의 근무 행태가 공개돼 구설에 올랐다. 연예사병 특혜논란에 이어 또 다시 잡음이 일면서 네티즌들은 '연예사병을 폐지하라', '무조건 해병대로 보내라'는 등 분노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예사병, 정말 이들만의 문제일까?
▶ 군입대 관련 실태는?
대한민국 남성 중 가고 싶어 군대에 입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연예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겠지만 그 방법이 구차하다.
일부 연예인들이 병역 기피 논란에 휘말리면서 가장 문제가 됐던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 응시 사례는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보편화된 방법은 학업을 핑계로 입대 날짜를 미루는 것이다.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편입하거나, 잦은 휴학계를 제출하며 입대 날짜를 연기한다. 일부는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학점 관리를 하는 모양새가 참 나쁘다. 성실하게 학교 수업을 듣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게 당연한데도 수업 참여 인증샷이 올라오고 '개념 연예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다. 대부분은 스케줄을 이유로 유령 학생 생활을 하거나, 그마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위임하는 식이다. 한 관계자는 "스케줄이 바빠 온라인 강의 위주로 수업표를 짜는 게 보통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즌 전에 강의를 쭉 틀어놓고 출석 체크만 간신히 하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학점 관리는 힘들다. 그래서 한 대형 기획사에서는 아예 학적관리팀을 따로 만들어서 소속 가수들의 인터넷 강의를 전담해서 대신 들어주고 리포트나 시험도 대신 해결해 준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해외 공연도 훌륭한 입대 연기 사유가 된다. 공식적으로는 3번까지만 연기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예외가 될 수 있다. '국익에 일조한다'는 미명하에 해외 출국 3일 전에만 구비 서류를 갖춰 병무청에 제출하면 3개월 정도 입대 날짜를 미룰 수 있다. 굵직한 해외 공연은 물론 팬미팅, 현지 언론 인터뷰, 화보 촬영, 행사 등의 스케줄도 정상 참작된다.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는 말이다.
▶ 안마시술소 논란은 예견된 일?
이렇게 미루고 미루다 끌려가듯 군대에 갔으니 제대로 군 생활을 할 리 만무하다.
우선 잘못을 하더라도 '연예사병'이란 특수성 때문에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규율을 바로 서지 않게 한다.
이번 '현장21'건을 살펴보자. 이들은 오후 10시 이전에 숙소에 복귀해야 함에도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음주를 즐겼으며, 숙소도 부대나 복지시설이 아닌 모텔에 잡았다. 군복을 입어야 할 병사들이 사복을 입었고, 이들을 인솔해야 할 간부가 없으니 개인 출타는 금지 사항임에도 자유자재로 밤거리를 헤맸다. 제식 군기란 규정은 있으나 보행 및 개별 택시를 이용했고, 외부인원 사적 접촉 역시 금지된 사항이지만 안마시술소를 출입했다. 안마시술소를 출입한 두 병사뿐 아니라 이 자리에 있었던 12명의 연예병사가 모두 군복부 규정을 어긴 징계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일반 병사 기준대로라면 군형법 제79조(무단이탈 행위)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고, 군인사법 제47조(직무수행의 의무)나 제56조(징계 사유)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러나 국방부는 "연예병사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가수 비와 김태희의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도 관리지침을 새롭게 만들었을 뿐, 일반 병사였으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을 비가 근신으로 끝난 바 있다. 이런 전례들이 기강을 해이해지게 만든다.
실제로 연예병사들의 불량한 근무 행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몰래몰래 금지 행위인 작곡·작사가 활동을 한다거나, 해외 행사를 잡는다거나 해서 수익을 내는 일은 애교스러울 정도다. 한 관계자는 "공연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저녁 식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핑계로 숙소를 부대 밖 숙박시설에 잡는다. 연예인이란 특수성이 있는데다 대부분 2인 1실을 차지하기 때문에 감시가 엄격한 편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같이 클럽이나 가라오케를 가기도 하고, 그외에 안마시술소, 룸 등도 많이 다닌다. 그래도 군인이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지만, 어차피 핸드폰은 개인이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인이나 매니저들에게 돈을 부쳐달라고 해서 쓰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 소속사도 골치아파
군 관련 문제가 야기됐을 때 연예인 본인 이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소속사다. 비난의 화살이 소속 연예인을 제대로 관리못한 회사로 돌아가기 때문. 그러나 소속사 입장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군 입대 전까지 활동 문제가 걸려 이리저리 편법으로 입대 날짜를 연기하긴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연예사병도 분야별로 TO가 있다. 배우, 가수 등 현역 활동 내역에 따라 업종을 분류해 정해진 인원만 연예사병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걸려 떨어졌을 때가 난리라는 것. 관계자는 "현역은 대부분 기피한다. 현역으로 배치받아도 어떻게든 연예사병으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쓴다. 이미지 문제가 있어 회사에서도 설득하려 하지만 본인이 듣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빽'을 쓰기도 하고 될 때까지 조르는 경우도 많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소속사가 힘이 없어 그렇다'며 온갖 뒷얘기를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게 딜레마다. 관계자는 "군 복무 기간 동안 연예인들끼리 이런 저런 뒷얘기를 많이 나눈다. 이에 마음을 고쳐먹고 좋은 방향으로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자기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못 견디고 제대와 동시에 소속사를 옮긴다거나 하는 일도 허다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전에 투자한 것도 있고, 군 제대 직후가 가장 주목받는 기간이니 될 수 있는대로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최근엔 '군필돌'에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아예 군 문제가 없는 사람을 뽑아 후환을 없애자는 것. 하지만 연습생의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는 추세라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하고, 군 제대 이력과 실력, 비주얼을 고루 갖춘 인물이 많지 않아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란 설명이다.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