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루키'가 아니다. 이정도면 '슈퍼 루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인천의 신인 이석현(23)이 펄펄 날고 있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선두 포항 격파의 선봉에 섰다. 이석현은 2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15라운드 포항전에서 홀로 2골을 뽑아내며 인천에 2대1 역전승을 선사했다. 앞서 부산전 득점과 성남전 도움에 이어 이날 2골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그는 올시즌 6골-2도움으로 인천 최고의 '해결사'로 떠 올랐다. 이 뿐이 아니다. '이석현 골=인천 승리'라는 새로운 승리 공식까지 써 내려가며 인천 승리의 파랑새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클래식에서는 '깜짝 스타'이지만 인천 구단 내에서는 이미 '예비 스타'였다. 김봉길 인천 감독과 주장 김남일은 시즌 전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로 주저없이 '이석현'을 지목했다. "신인이지만 대담하고 과감하게 자기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의 선발 과정을 살펴보면 김 감독이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김 감독은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이석현을 테스트했다. 볼을 관리하는 능력이 신인답지 않았다. 딱 한 경기 보고 바로 지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기대 속에 이석현은 지난해 팀 당 1명씩 선발할 수 있는 우선지명으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신장이 1m77에 불구하지만 대범한 플레이와 무회전킥을 바탕으로 입단 첫 해 주전 도약에 성공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개막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현재 인천의 중심이 됐다. 팀내 최다득점은 이천수의 공백시 팀의 전담 키커 역할도 하고 있다. 포항전은 기회였다. 이천수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빠진 사이 그를 중심으로 공격이 전개됐다. 0-1로 뒤진 전반 27분 그는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시도한 디오고의 슈팅이 빗맞아 문전으로 흐르자 포항 수비진이 방심한 사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공을 향한 집념과 투지가 만들어낸 귀중한 동점골이었다.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시원한 중거리 슈팅 한 방으로 추가 기울었다. 이번에도 이석현이었다. 후반 13분, 이석현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을 쏘아 올렸다. 포항의 골키퍼 신화용이 몸을 날렸지만 회전이 덜 걸려 날아간 이석현의 슈팅이 워낙 강하게 골대 구석으로 향해 손을 쓸 쑤가 없었다.
포항전 승리로 위기에서 벗어난 김 감독은 이석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웠다. "신인이지만 참 대범하고 잘하는 선수다.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게 장점이다. 슈팅하는거보면 임팩트가 정말 좋다." 이석현이 화답했다. "감독님이 나를 많이 믿어주신다. 경기 앞두고도 특별한 말씀을 안하신다. 원하는대로 플레이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석현은 올해 신선될 '영플레이어상'의 강력한 후보로도 떠 올랐다. 시즌 6골은 K-리그 전체 득점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이석현은 '슈퍼루키'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석현은 7월에 열릴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예비명단 40인에 포함됐다. 포항전 같은 활약이면 홍명보호 1기 승선도 꿈만은 아니다. 이석현은 "선수다보니 욕심이 안나는 건 아니다. 동아시아대회를 앞두고 K-리그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매 경기 잘하고 싶다"며 생애 첫 태극마크를 머릿속에 그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