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를 위해선 적극 나서지만, 기초서류 작성엔 구멍 투성이?
최근 흥국화재가 다수의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를 위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자동갱신특약이 있는 상품의 안내 의무를 위반했다. '무배당 다모아가족사랑보험' 등 9개 상품의 경우, 보험기간이 끝나기 전인 15일 전까지 관련 내용을 계약자에게 서면으로 안내해야 한다. 그러나 2011년 12월 1일부터 12월 8일 기간 중 갱신일이 도래한 장기보험계약 2985건에 대해 관련 내용을 지연 발송했다.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의 공시누락도 이번에 문제가 됐고, 금융기관 보험 대리점 판매상품의 모집수수료율을 비교 공시해야하는데도 이 또한 누락한 사실도 적발됐다. 'ON가족암보험' '뉴스페셜 화재저축보험'의 모집 수수료율을 검사착수일(2012년 2월20일) 직적인 2012년 2월 16일까지 각각 약 5개월 및 8개월 지연 공시한 것.
최근 보험업계엔 그 어느때보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 사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취임 이후 민원 감소를 위해 보험업계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이 당장은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이 최 원장의 지론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수의 위반 사례를 적발당한 흥국화재의 행보는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부당지원 관련 재판 패소 등과 맞물리면서 더욱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4월 흥국화재는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부당 지원했다가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된 것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흥국화재는 대주주인 이 전 회장 소유의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회원권을 고가에 매입했다가 과징금 18억 4300만원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과받았다. 흥국화재는 금융감독원도 같은 이유로 기관 경고 처분을 내리자 두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은 태광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동림관광개발의 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이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태광그룹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보험회사 자산은 공공적 성격이 있는데, 이를 통해 대주주를 지원하는 행위는 금지할 필요성이 크다"며 "당시 흥국화재의 재무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회원권 매입으로 더 악화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과징금 처분이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14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지난해 2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 받은 이 전 회장은 상고,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최근 2년간 금융감독원의 보험사 제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은 보험사 중 가장많은 금액인 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닸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