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13년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 인기투표 2차 집계에서 의외의 선수가 눈에 띄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타자 김대우(29)다. 그는 이스턴리그 지명타자 부문에서 45만여표로 선두를 달렸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두산 홍성흔(34만여표)에 10만표 이상 앞서 있다는 점이었다. 홍성흔은 국내야구를 대표하는 '인기남'이다. 김대우는 인기에서 홍성흔에 밀리지 않고 있다. 김대우의 어떤 매력에 팬들의 '표심'이 움직이고 있는 걸까.
김대우를 처음 본 다수의 느낌은 이렇다. '야구만 잘 하면 정말 대박감이다.' 김대우의 하드웨어는 모두가 부러워할만하다. 키 1m90으로 헌칠한데다 얼굴은 운동선수 답지 않게 뽀얗고 또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커서 얼굴값 좀 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김대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인기의 비결이 뭐냐." 그의 대답은 이랬다.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하지 못한다. 굳이 꼽자면 얼굴때문인가. 운동 선수 치고는 좀 생겨서."
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김대우에게 진지한 단변을 다시 요구했다. 그가 그럴싸한 대답을 했다. "홍성흔 선배님이 두산으로 가는 바람에 팬들의 마음이 저에게로 온 것 같다. 수적으로 많은 롯데팬들이 저보고 더 잘 하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표를 많이 주신 것 같다."
김대우는 2013시즌, 홍성흔이 지난해까지 맡았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성흔은 지난 4년 동안 롯데에서 주로 지명타자를 했었다. 그리고 2012시즌을 끝으로 친정 두산과 FA계약을 하고 부산을 떠났다.
김대우는 지난해까지 음지에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3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로 롯데 지명을 받았다. 그런데 바로 롯데 유니폼을 입지 않고 고려대에 진학했다.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광주일고에서 투수와 타자로 이름을 날렸었다. 야구 천재 소리까지 들었다. 금방 성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 처럼 되지 않았다. 대만리그까지 타진하다가 무산됐고 2008년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그런데 투수로 빛을 보지 못했다. 어깨가 정상이 아니었다. 수술도 받아야 했다. 4~5년을 허송세월했다. 투수로선 전혀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2011년 7월 타자로 전향했다. 지난해 타자로 1군 무대에서 7타수 무안타. 주로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었다.
김대우는 "타자로 전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야구를 하고 싶은데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지금 투수에 대한 아무런 미련이 없다. 1군에서 이렇게 경기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김대우의 현재 성적을 보자. 타율 2할3푼9리, 4홈런, 23타점(이하 26일 현재)이다. 홍성흔(타율 2할8푼9리, 8홈런, 42타점) 보다 떨어진다.
김대우는 늦깎이 신인이다. 1군 엔트리에서 시즌을 맞게 올해가 처음이다. 김대우는 지난 3개월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김시진 롯데 감독과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김대우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경험이 부족한 그를 4번 타순에 기용했다. 투수들은 김대우와의 대결이 낯설었다. 얕보는 측면도 있었다. 장타가 제법 나왔다. 롯데 타자 중 가장 파워가 좋다는 얘기에 순식간에 퍼졌다. 직구를 잘 친다고 소문났다.
투수들은 더이상 '바보'가 아니었다. 김대우에게 뚝 떨어지는 변화구로 승부를 걸어왔다. 이제부터 김대우가 불리한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나도 투수 출신이지만 타석에 서면 머리가 정말 아프다. 변화구에 대한 대처가 됐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면 반대로 몸쪽 꽉찬 직구가 날아온다. 하나의 약점을 보완했다고 생각하면 투수들은 다른 부분을 찔렀다"고 말했다. 김대우는 학생으로 치자면 아직 우등생은 아니다. 그는 '국영수' 중에서 국어는 잘 하는데 영어와 수학이 부족했다. 그래서 영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더니 이번엔 국어 점수가 떨어지는 꼴이다.
박흥식 코치는 "김대우는 롯데가 키워야 할 선수다. 그만큼 좋은 자질과 조건을 갖춘 선수가 없다. 올해 잘 안 되면 내년도 있다. 내년이 더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대우에게 "혹시 신인왕에 대한 욕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 나이가 많지만 솔직히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김대우는 롯데를 선수 인생에서 마지막 팀으로 생각하고 있다. "난 다른데 갈데가 없다. 첫 FA가 되는 시점이 내 나이 38세다. 롯데에 뼈를 묻는 수밖에 없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