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그 효과는?'
넥센은 22일 NC전에서 1-1로 맞선 9회 2사 1,3루에서 NC 선발 에릭의 끝내기 폭투로 3루에 있던 박병호가 홈을 밟으며 2대1로 신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지긋하게 이어졌던 8연패도 마감했다.
넥센은 지난 10여일간 김민우 신현철의 음주 운전 파문에다 김병현의 제재, 이에 더해 오심 피해까지 겹치면서 연패의 늪에 깊게 빠졌다. 올 시즌 처음으로 맞이했던 위기. 그렇기에 22일 승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값진 1승이었다.
그런데 넥센 염경엽 감독이 23일 NC전을 앞두고 이에 대해 의미 심장한 코멘트를 했다. "넘어갔던 승운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특별한 언급은 아니다. 하지만 염 감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염 감독은 올 시즌 사령탑 데뷔해이지만 마치 몇년간 감독을 한 사람처럼 경기를 읽는 눈이 예리하고, 말이 논리정연하다. 좀처럼 조급해하지도 않고 늘 차분한 편이다. 초보 감독이라 보기 힘들 정도다.
이는 선수단에도 그대로 전달된다. 8연패에 빠져 있었지만, 넥센 덕아웃 분위기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승을 달리며 1위를 할 때도 들뜨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연패에 빠졌다고 크게 침울해 하지도 않았다.
10년 넘게 프런트와 코치를 하며 경험한 토대 위에 자신의 신념을 넣어 만들어진 이른바 '매뉴얼'에 따라 시즌을 운영하고 선수단을 지도하면서 도출된 결과다. '감'보다는 '데이터'를 중시하기에 큰 변화보다는 규칙에 맞는 플레이를 더 선호한다. 같은 맥락으로 연패에 빠졌음에도 경기가 없었던 주초 나흘동안 평소와 마찬가지로 선수단에 이틀의 휴식 시간을 주기도 했다. "우리가 어떤 야구를 펼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승리는 이에 따르는 보너스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
그렇기에 염 감독이 '승운'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특이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짜여진 매뉴얼에는 분명 담겨 있지 않은 '변수'다. 염 감독의 작은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염 감독은 22일 NC전에서 트레이닝복 대신 유니폼을 갖춰 입었다. 올 시즌 첫 경기와 홈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입은 것이다.
염 감독은 "여러가지 이유로 몇년전부터 이름이 새겨진 상의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개막전에서도 입었다가 패한 이후로 더 착용을 안하게 됐다"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한다는 의미에서 22일 다시 입었는데 연패를 끊었다. 당분간 계속 착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만든 일종의 징크스로, 이 역시 '매뉴얼 야구'와는 거리가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2년차 신예 문우람의 주전 우익수 기용이다. 염 감독은 좀처럼 라인업을 바꾸지 않고, 1군과 2군을 자주 교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스프링캠프 때 주전을 대부분 확정, 자신의 역할에 맞는 맞춤 훈련을 지시하는 한편 2군 선수들의 경우 1군보다 조금이라도 낫지 않다면 굳이 백업을 위해 불러올리지 않는다.
염 감독은 22일과 23일 연속 문우람의 선발 기용에 대해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연패를 하며 꽉 막혀 있던 타선의 부진을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작은 '파격'인 셈이다. 문우람은 22일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한데 이어 23일 경기에서도 1회와 3회 연속 안타, 4회 볼넷 등으로 출루해 모두 홈을 밟는 등 신예답지 않은 파이팅을 보여줬다. 또 5회 NC 권희동이 친 타구를 펜스 앞에서 점프를 해 잡아내는 등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반환점을 돌면서 염 감독은 자신의 원칙에 '액센트'를 주기 시작했다. 코치와 프런트를 하며 정성껏 만든 '매뉴얼'에 감독 첫 시즌을 보내며 그라운드에서 조금씩 수정을 가하는 이런 변화들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기대된다.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