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는 미국에서도 '불운의 아이콘'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3경기 연속 시즌 7승 달성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5안타 3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팀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서 완봉승으로 시즌 6승을 따낸 이후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잇달아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면 적어도 2번 중 1번 정도는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다저스 타선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고, 수비에서는 어이없는 실책이 이어졌다. 불펜투수들도 박빙의 상황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날 류현진의 불운은 1회말부터 일어났다. 류현진은 2사후 3번 로빈슨 카노를 내야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2루수 스킵 슈마커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서툰 포구 자세를 취하다 공을 뒤로 빠트리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삼자범퇴로 끝났어야 할 상황에서 한 타자를 더 상대해야 했다. 이같은 일은 3회말에도 이어졌다. 1사후 또다시 카노 타순. 류현진은 카노를 평범한 내야땅볼로 유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2루수 슈마커가 타구를 잡았다 놓치는 바람에 타자주자가 출루하고 말았다. 이어 류현진은 버논 웰스와 토마스 닐을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쓸데없이 투구수만 늘어나 이후 투구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타선은 더욱 답답했다. 다저스는 7회까지 4차례나 선두타자가 나갔으나 득점으로 연결시킨 것은 한 번 뿐이었다. 특히 0-2로 뒤진 4회초 무사 2,3루 찬스를 놓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저스는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우전안타, 핸리 라미레스의 우측 2루타로 무사 2,3루 동점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안드레 이디어가 투수 직선아웃으로 잡히는 순간 3루주자 곤잘레스가 귀루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아웃돼 2사 2루로 바뀌면서 흐름이 뚝 끊기고 말았다.
0-3으로 뒤진 7회, 류현진이 강판한 뒤에도 사실 동점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 타선은 여전했다. 다저스는 1사 만루서 A.J 앨리스의 희생플라이와 대타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의 적시타로 2점을 만회했다. 그러나 계속된 2사 1,2루서 닉 푼토가 삼진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불펜 투수중에서는 로날드 벨리사리오가 경기를 그르쳤다. 7회 1사 1,2루서 등판한 벨리사리오는 웰스를 빗맛은 낮은 플라이로 유도했다. 이어 더블플레이로 연결하기 위해 공을 일부러 잡지 않고 그라운드에 떨어지게 했지만, 자신이 공을 잡으려다 더듬거리는 바람에 모든 주자들을 살려주고 말았다. 게다가 1루주자가 2루로 달려가는 것을 잡기 위해 송구한 것이 중견수 쪽으로 빠지면서 실점을 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벨리사리오는 이어 닐을 사구로 내보내며 추가 실점의 빌미까지 만들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 팀타선과 불펜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난해에는 22번의 퀄리티스타트에 2.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9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다저스는 올시즌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팀연봉이 높지만, 주전들의 잇달은 부상과 허술한 플레이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연히 선발투수가 잘 던져도 승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다저스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는 평균자책점 1.84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음에도 한 달 가까이 5승에 머물고 있다. '류현진이나 커쇼나 완봉을 해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는 농담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