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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의 끝' 보여준 최강희-케이로스, 도넘은 이란의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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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란의 최후 승부, '설전'으로 문이 열렸다.

양팀 사령탑이 충돌했다.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쪽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었다. 11일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전이 끝난 뒤 최 감독이 "원정가서 푸대접 받은 것을 기억한다. 이란에 아픔을 주고 싶다"는 말에 발끈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독설을 내뱉었다. 그는 13일 이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란에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최선을 다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란 축구를 모욕했다. 한국 축구의 수치다. 이란 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더니 도발을 시작했다. "최 감독에게 우즈벡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하겠다. 우즈벡 유니폼을 입을 용기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곧바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촌천살인' 멘트로 복수를 시작했다. 최 감독은 "단순한 멘트를 갖고 국민 감정을 운운한 것이 아쉽다. 한마디만 하겠다. 케이로스 감독이 세계적인 팀에서 좋은 것만 배웠기를 바랐다. 그러나 엉뚱한 것만 배운 것 같다"며 "내년 월드컵은 포르투갈 집에서 TV로 편안하게 보기를 바란다. 우즈벡대표팀 유니폼은 아예 11벌을 보내달라"고 했다.

'설전'의 클라이막스는 17일 펼쳐졌다. 무대는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얼굴을 마주대지 않았지만, 불꽃이 튀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모욕과 비방 금지 요청도 '무용지물'이었다. 최 감독은 당당하게 할 말을 했다. 뼈있는 한 방을 날렸다. 그는"이란은 불안한 것 같다. 부담이 가는 경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쫓기면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쓸데없는 도발을 하게 된다. 나는 분명히 한 마디 했다"고 밝혔다. 이란 취재진의 도발성 질문에도 돌직구를 날렸다. 'FIFA에서 권장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왜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는 "아름다운 경기는 경기장에서 하는 것이다. 장외에서 일어난 쓸데없는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경기장 안에서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얘기가 어떻게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 감독이 심한 얘기를 했다. 더 이상 얘기를 안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케이로스 감독은 계속 비아냥댔다. "네쿠남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겠다"고 언급한 손흥민의 비장한 각오에 대해서는 "30년간 지도자 생활을 경험하면서도 '피와 복수의 축구'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젠 멈춰야 한다"고 했다. 또 "복수는 축구로, 피는 땀으로 답을 하겠다"고 전했다. 화해의 손길도 건넸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정중하고, 예의바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순하게 끝을 맺고 싶다. 한국과 전쟁을 하러온 것이 아니다. 전쟁을 하려면 축구로 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과의 유니폼 '설전'은 유쾌한 농담으로 마무리했다. "최 감독이 11명의 유니폼을 사오라고 했는데 11벌을 살 돈이 없었다.(웃음) 경기 후 최 감독과 유니폼을 교환하면서 브라질행을 축하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설전'은 도를 넘었다. 18일 국내 축구 커뮤니티에 출처불명의 사진이 나돌았다. 케이로스 감독이 입은 티셔츠 안에 우즈벡유니폼을 입은 최 감독이 합성된 사진이었다. 사건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사실 관계를 따져본 뒤 공식입장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채 논란이 가라앉기 전 양팀 감독은 벤치에서 신경전을 펼쳤다. 모습은 달랐다. 최 감독은 느긋했다. 좀처럼 벤치에서 테크니컬 에어리어(감독, 교체선수 등을 위해 지정된 구역)로 나오지 않았다. 반면, 케이로스는 안절부절했다. 경기 시작 이후 줄곧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 선수들을 지시했다. 대기심에게 계속 주심의 판정에 항의했다. 전반 23분에는 거칠게 항의하자 주심이 제지하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도 도를 넘는 도발이 이어졌다. 도발은 케이로스 감독의 주특기만이 아니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거들었다. 이란은 경기 뒤 한국 벤치로 다가와 비신사적 행위로 약을 올렸다. 진행요원의 저지로 다행히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란의 끝까지 계속된 비매너 행동에 더이상 할 말이 잃었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