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도 사람이다 보니 자꾸 편하게 던지려 하게 돼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다. 투수 출신 감독으로서 그만의 확실한 투수관이 있다. 특히 '강한 투수론'을 주장하는 걸로 유명하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무용론에 적극 찬성하는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13일 광주구장. 선 감독은 전날 8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외국인선수 소사 얘길 꺼냈다. 소사는 전날 개인 최다인 10탈삼진을 잡아내며 총 125구의 역투를 펼쳤다. 안타 6개를 맞았지만, 볼넷은 1개에 불과했다.
이날 소사는 투심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이용했다. 최고 153㎞를 기록한 투심패스트볼, 분명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결과가 좋아서 그렇지,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고 했다.
선 감독은 "사실 힘으로 윽박질러야 하는 투수인데 직구보다 변화구부터 찾더라. 본인 장점은 잊고, 맞혀 잡으려고만 했다. 너무 편하게만 던지려 했다"고 말했다.
사실 소사의 경우, LG 리즈나 한화 바티스타와 마찬가지로 빠른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워피처다. 전날 빠른 공을 활용하긴 했지만, 승부를 걸어야 될 타이밍에선 변화구를 꺼냈다. 이 경우 만약 타자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투구수는 늘어나게 돼 있다. 변화구 승부가 편할 지 몰라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 감독은 소사의 타점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하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오른쪽 축 자체가 무너진 게 문제였다.
이런 밸런스의 문제는 어디서 오는걸까. 선 감독은 "투수도 사람이다 보니, 자꾸 편한 쪽으로 던지려 한다. 자꾸 어딘가 편하게 던지려다 보니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어깨나 팔꿈치, 허리 같은 곳에 무리가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적의 투구폼으로 던졌을 경우, 200이닝을 10년 던져도 이상이 없다는 게 선 감독의 지론이었다.
이날 역시 최근 나약해진 투수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닝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6회만 되면 교체해줬으면 하는 현재 투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선 감독은 "이제 많이 던져야 180~200이닝 아닌가. 좋은 투수의 기준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게 돼버렸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