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이나 4강,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광종호는 당당했다. 선수들의 입에서 '우승'이라는 단어가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이광종 감독조차 "일단 한게임, 한게임 최선을 다할 것이다. 16강에만 진출한다면 8강, 4강,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12일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거침없이 '우승'을 입에 올린 이들은 바로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이었다. 대표팀이 우승을 목표로 잡은 대회는 22일부터 터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이다. 대표팀은 복병 쿠바, 강호 포르투갈, 난적 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속해있다.
리틀 태극전사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광종호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선수권대회(19세 이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8년만의 아시아 정상이었다. 최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이뤄낸 결과기에 더욱 값졌다. 이광종호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박하다. 오히려 당시에 비해 전력이 떨어졌다.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문창진(포항)이 허리부상으로 제외됐다. 유일한 유럽파로 기대를 모았던 박정빈(그로이터 퓌르트)도 소속팀의 반대로 선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객관적 평가를 넘어 이번에도 일을 내겠다는 각오만큼은 하늘을 찔렀다. 주장 이창근(부산)은 "아시아청소년대회때도 약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더 큰 무대지만 준비를 잘한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이광종호의 최고 장점은 역시 조직력이다. 8년만의 아시아 정복도 조직력에서 비롯됐다. 핵심 미드필더 이광훈(포항)은 "조직력만큼은 역대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할 정도다. 이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감독말을 잘 듣는다"고 웃은 뒤 "21명의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우리팀의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국제경험도 더했다. 6월 프랑스에서 열린 툴롱컵에 참가해 미국, 콜롬비아, 콩고, 프랑스를 상대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졌지만 3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예전에 세계대회를 나가면 기가 죽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유럽과 남미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상대에 대한 분석도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감독은 '복병' 쿠바에 대해 "중남미 지역 예선 비디오를 입수해 2경기 정도를 봤다. 신장은 큰데 순발력에 문제가 있다"며 "세팀 중 쿠바가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해볼만 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첫 경기인만큼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포르투갈과 나이지리아는 툴롱 대회를 통해 직접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감독은 "두 팀이 확실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리에 앞서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조직력과 체력에서 우위에 있는만큼 해볼만 하다"고 평했다.
이광종호는 12일 최종엔트리를 발표하고 파주NFC에서 포토데이를 가졌다. 이광종호는 파주에서 훈련을 이어가다 14일 결전의 장소인 터키로 넘어간다. 이스탄불에서 훈련을 이어가다 첫 경기인 쿠바전이 열리는 카이세리로 이동할 계획이다. 한국은 22일 쿠바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25일 포르투갈, 27일 나이지리아와 대결을 펼친다.
파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3년 FIFA 터키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대표선수 명단
GK=이창근(부산) 함석민(숭실대) 김동준(연세대)
DF=심상민(중앙대) 김용환(숭실대) 연제민(수원) 우주성(중앙대) 송주훈(건국대) 권창훈(수원)
MF=이광훈(포항) 김선우(울산대) 박용준(수원) 강상우(경희대) 이창민(중앙대) 한성규(광운대) 강윤구(빗셀 고베) 류승우(중앙대) 정현철(동국대)
FW=조석재(건국대) 김 현(성남) 김승준(숭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