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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준 전 대한체육회총장"내 점수 80점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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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 뉴욕지사 주재원, LG트윈스 프로야구단 창단팀장 및 단장, 안양 LG치타스(현 FC서울) 프로축구단장, LG투자증권씨름단장, LG화재 배구단장, SK와이번즈 단장 , 대구FC 축구단장 …요즘 말로 '폭풍 스펙'이다. 가장 굵직한 '스펙'만 엄선해도 10줄은 족히 넘어간다. 2009년 6월부터 2013년 5월, 가장 최근까지 '스펙'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었다. 아마, 프로스포츠 수장을 두루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의 최전선 실무 책임자로 4년을 내달렸다.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었지만, 단 하루도 가슴 뛰지 않는 날이 없었다. 최종준 대한체육회 전 사무총장(62)이 지난 4년을 회고했다.

▶"내 점수? 80점은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 스포츠 최전성기를 이끈 행복한 실무 수장이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종합 5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종합 2위, 2012년 런던올림픽 종합 5위까지 최고의 성적을 이어갔다. 2011년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걸던 순간"을 떠올렸다. 취임 후 8개월만에 치른 첫 올림픽이었다. 가장 부담이 컸던 때, 가장 기쁜 순간을 맞았다. "코리안시리즈 우승 때보다 더 기뻤다. 개인이나 구단의 기쁨이 아닌 국가의 경사였으니까."

가장 힘들었던 일은 "개혁으로 인한 조직의 저항"이다. 욕심껏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성과에 따른 전직원 연봉제와 복식 부기 회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한아마튜어복싱연맹 등 사고단체와의 갈등도 있었다. "임기 내에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변화를 시도할 때 조직의 저항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부편부당한 일처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감금, 협박 당한 적도 있고…. 힘든 일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재임기간중 성적을 묻는 질문에 "80점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국제대회 성적 등 외형적 성장에서도 최고였지만, 그보다 스포츠 선진화를 위한 내실있는 기반을 다진 점이 가장 보람있다. 채우지 못한 20점을 묻자 속사포처럼 아쉬움을 쏟아냈다. "아마 프로 스포츠간 통합 시스템, 생활체육과 엘리트의 연계, 시도 체육회 및 경기단체의 역량을 키우는 일, 연봉제를 정착시키는 일…. 짧지 않은 4년인데 100% 다하지 못했다."

아마, 프로 스포츠를 오가며 대한민국 스포츠 최상위 단체인 체육회 중심에 섰던 최 전 총장의 주장은 일관됐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프로스포츠라는 4바퀴는 함께 연동해 움직이는 것이다. 따로 움직이거나 위아래 개념이 아니라 모두 연계된 개념이다. 체육회는 단순히 아마추어 총괄단체가 아닌 이 모두를 통합 관리하는 단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촉구했다. "정부의 체육예산이 늘어야 한다. 스포츠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는데 가장 좋은 툴이다. 복지, 건강, 국력, 국익 모든 것과 연관된다. 정부의 체육담당 부처와 기구가 확대돼야 한다. 지방의 아마추어 실업팀 지원 재정도 확충해야 한다. 김정행 회장의 공약인 체육복지기금, 체력장 부활, 학교체육 강화에도 심도있는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 체육이 활성화되면 경제는 당연히 활성화된다. 국민의 건강, 미래, 국익을 감안한다면 결코 큰 비용이 아니다."

▶"요즘 취미?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 FC서울과 대구FC가 붙으면 누구를 응원하십니까?" 문득 던진 질문에 하하 웃었다. "잔인한 질문이다. 하나는 공부 잘하고 돈 많고 잘 큰 아들이고, 하나는 착하고 성실한데 형편이 어려워 늘 마음에 걸리는 아들이다. 어느 아들이라고 귀하지 않겠나." "그럼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가 붙으면 누구를 응원하십니까?" 상대적으로 쉬운 질문이었다. "창단을 주도해서인지 아무래도 LG에 애정이 간다"고 했다. "아들이 둘인데 모두 LG팬이다. 어린이팬 마케팅용으로 야구점퍼 5만장을 뿌렸다. 90년대 서울 초등학교에서 LG점퍼 안입으면 '간첩'이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지금도 LG팬이다. 어렸을 때 스포츠의 경험은 그렇게 중요하다."

최 전 총장은 최근 일을 내려놓은 후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틈틈이 스케이팅을 즐긴다. "스케이트, 자전거 둘 중 고민하다, 스케이트는 더 나이 들면 힘들 것 같아서…"라며 웃었다. 여전히 시간을 알뜰히 쪼개서 쓰고 있었다.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 퇴임 후 첫 계획은 책 출간이다. "프로, 아마, 스포츠 경영실무를 시작하는 후배들을 위한 교본이자 지도다. 현장 프런트를 위한 지침서다. 스포츠 경영 실무 메모한 것을 정리하고 있다. 내 현장 경험을 총망라한 책이 될 것이다. 10월경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음악을 향한 열정도 대단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사, 작곡가다. 2009년엔 자작곡으로 된 CD도 만들었다. 조만간 2집 출반을 목표삼고 있다. 높은 '스펙'뿐 아니라 넓은 '스펙트럼'이 인상적이었다. 최 전 총장의 다음 도전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