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LG에게 중요한 시기다.
김기태 감독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LG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좋은 흐름에 제동이 걸렸던 달이 바로 6월. 6월22일 봉중근의 첫 블론세이브 직후 '소화전 사건'이 일어났다. 마무리 투수를 잃은 LG는 빠르게 추락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픈 기억. 김기태 감독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1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지난해 이 맘때랑 (성적이) 비슷하죠?"라며 서두를 꺼냈다. "그 때 +4였나? 아무튼 지금과 거의 엇비슷했던 것 같은데…"라며 기억을 더듬었다.
현 시점에서 흡사한 수치. 그렇다면 올시즌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연상 작용. 하지만 김 감독은 회피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1년 전과의 '차이'를 강조했다.
"작년에는 성적이 좋으면서도 투수진에 불안 요소가 있었어요. 선발진도 고정되지 못했었고…." 올시즌 LG의 상승세를 이끄는 근본적 힘은 마운드에 있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튼실해졌다. 외국인 에이스 주키치가 정상 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옥에티지만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의 토종 삼총사가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불펜의 힘도 세졌다. 봉중근이 노 블론세이브로 든든한 뒷문지기를 역할을 100% 소화하고 있다. 정현욱의 가세로 계투조에도 확실한 구심점이 생겼다. 비상시 가동할 예비 전력도 있다. LG는 이미 류제국 카드를 통해 위력을 입증했다. 한참 어려울 때 류제국의 긴급 호출로 급한 불을 끄고 상승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기태 감독은 "최성훈과 정찬헌 등 후반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투수들이 있다"며 예비 전력을 언급했다. 결국 올시즌 LG 마운드에는 선발도 있고, 불펜도 있고, 예비 전력도 있는 셈.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지난해의 쓰라린 기억을 오늘의 교훈으로 삼아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 '방심'은 현재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내부의 적임을 잘 알고 있다. "한화-넥센-NC-삼성과의 3연전이 끝나면 4일 휴식이 옵니다. 그 때까지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돌다리도 두들겨 가듯 방심 없는 경기 운영. 앞으로도 좋은 흐름의 순항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이는 LG호다.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