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 남자사브르팀은 강력했다. 세계를 호령한 이들에게 아시아 피스트는 좁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훈남 검객 트리오' 구본길 김정환 오은석(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건재를 과시했다. 상하이아시아선수권에서도 개인전-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5일 개인전에선 구본길이 금, 김정환이 은, 오은석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솥밥,한국선수 3명이 시상대에 함께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7일 단체전에선 금-은-동메달리스트에 김계환(서울시펜싱협회)이 함께 나섰다. 에이스들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8강에서 말레이시아를, 준결승에서 일본을 45대 24, 더블스코어로 꺾었다.
이란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남자대표팀은 피스트 뒤에서 먼저 열린 여자플뢰레 결승전을 응원했다. 중국선수의 부상 치료 중 생중계 화면 뒤편에 구본길 오은석 김계환의 모습이 슬쩍 비쳤다. 결승전을 앞둔 이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충분한 훈련량과 우월한 기량으로 준비된 덕분이다. 구본길이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펜싱 전술을 복기하자, 오은석 김계환이 '손가락검'을 장난스럽게 맞대며 가세했다. 장난기 가득한 '손가락 펜싱'에선 친밀한 팀워크와 챔피언의 여유가 읽혔다. 결승전 역시 압도적이었다. 시종일관 14-7, 20-9, 24-12 매 피리어드 더블스코어가 이어졌다. 결국 45대30으로 경기를 마쳤다. 구본길은 2관왕에 올랐고, 이들은 개인전, 단체전 메달을 모조리 휩쓸었다. 한국 사브르는 3년 연속 메달을 싹쓸이하며 사브르 최강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예약했다. '맏형' 김정환 역시 아시안게임을 향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선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이 기세를 이어가 내년 아시안게임에선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