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징크스잖아요. 이제 집중력이 더 좋아질 겁니다."
올시즌 넥센에는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3연패'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연승도 있고 연패도 있기 마련이다. 3연패는 특정팀과의 3연전을 모두 뺏겨도 당할 수 있을 만큼, 흔하다. 하지만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에선 찾아볼 수 없다. 2연패만 다섯 차례 했을 뿐이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넥센이 달라진 면모 중 하나다. 연패가 길어지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기 마련이지만, 넥센에겐 남의 얘기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염경엽 감독에게 물었다.
▶'2연패?'='4연패!' 스트레스 받기 전에 집중하자
"2연패를 4연패처럼 생각하라고 해요." 그가 밝힌 방법은 간단했다. 으레 있을 법한 두 경기 연속 패배, 넥센 선수단엔 '긴장감'이 퍼진다.
염 감독의 주문을 받은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긴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간다. 감독과 코치들의 지시를 받은 선수들 또한 묵묵히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누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이제 알아서 움직일 정도가 됐다.
염 감독은 왜 2연패를 4연패처럼 생각하라고 주문했을까. 그는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을 때 보다 집중할 수 있다. 3연패를 넘어가면, 선수나 코칭스태프 모두 스트레스를 받게 돼 있다. 그 상태에선 집중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할 때 집중력을 발휘해 연패를 끊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그도 2연패를 당하면, '3연패는 안 당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팀이 올라왔다. 염 감독은 "좋은 징크스가 아닌가. 이젠 한결 더 편안해졌다"며 활짝 웃었다.
염 감독은 2연패 상황에서 선두 싸움을 하는 삼성과 만난 첫 날, 4일 경기를 떠올렸다. 그는 "외국인선수인 나이트도 '3연패를 꼭 막고 싶었다'면서 더 집중하더라. 외국인선수도 그런데 국내 선수들은 어떻겠나. 다들 '3연패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젠 그에게도 '확신'이 생겼다. 4일 삼성전 승리로 인해 확실하게 인식됐다고 느꼈다. 염 감독은 "그날 경기가 '3연패는 없다'는 게 만들어지는 마지막 계기였다. 그동안은 안 당하려고 버틴 것이다. 4일 경기로 3연패를 안 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다음엔 '3연패 당하면 안돼'라는 생각에 집중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웃었다.
3연패를 목전에 두고, 치열하게 싸워오면서 비로소 '좋은 징크스'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장기 레이스, 오버하지 말자! 언제나 루틴대로
게다가 넥센에는 연승이든, 연패든 개의치 말자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연승과 연패는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서 자칫 나쁜 흐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연승을 달리면 그 뒤엔 연패가 오기 마련이다. 연승할 때 선수들이 오버워크를 해서 그렇다. 연패했을 땐 그 상황 때문에 또 무리를 하게 된다"며 "연승과 연패 보다는 128경기 전체가 중요하다. 매일 그 경기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미리 그려놓은 128경기의 야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키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급격히 추락해 4강 경쟁에서 밀려난 넥센이다. 올시즌에도 어떻게 여름을 보내는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름 준비 역시 시즌 동안 지속되는 '루틴'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염 감독은 "여름을 대비한다고 그때 가서 쉬는 건 문제가 있다. 배터리가 방전된 뒤에 쉬면 무슨 소용이 있나.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몸을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선수들에게 골고루 휴식을 주고 있는 건 방전되지 않도록 계속 관리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센은 주축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지친 기색을 보이면, 휴식을 준다. 순위싸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아무리 중요한 선수라도 과감하게 벤치에 앉힌다. 마운드 역시 돌아가면서 로테이션을 거르게 해주는 등 일찌감치 '관리 모드'로 들어갔다.
염경엽 감독의 선수단 운용을 보면, 그가 '초보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야구 모른다'는 말처럼 계산대로 안 되는 게 야구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하지만 넥센은 사령탑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다. 시즌 초반 보여준 넥센의 돌풍, 과연 시즌 말미엔 어떤 모습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