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외야 주전 경쟁은 살벌하다. 그중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돋보인다. 바로 우익수 민병헌(26)이다. 나머지 둘은 낯익은 좌익수 김현수와 중견수 이종욱이다.
민병헌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정수빈 임재철의 출전 기회가 줄었다. 민병헌은 5일 현재 타율 3위(0.336), 득점권 타율 2위(0.414), 장타율 5위(0.511), 도루 공동 7위(12개) 등으로 두산 타자 중 가장 '핫'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에선 민병헌이 툭 치고 나오면서 두산에 세대교체 바람이 더 강하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민병헌은 원래 잘 했던 선수가 아니다. 2006년 신인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입단 전에도 수비나 주루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입단 이후 프로 5년 동안 타격이 맘 먹은대로 터지지 않았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경찰청에서 군복무하면서 타격 연습만 했다. 우선 잘 치는 타자들을 살폈다. 자신의 폼과 뭐가 다른 지를 연구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딱 맞는 타격폼을 찾았다. 그 결과 2011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수위타자에 올랐다. 민병헌은 지금 잘 맞고 있는게 군복무 시절 흘린 땀의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지금 잘 되고 있지만 조심스럽다고 했다. "아직도 매번 타석에 나갈 때 긴장하고 걱정한다. 지금까지는 잘 했지만 갑자기 20타수 무안타를 기록해 후보로 밀릴 수도 있다." 일부에선 민병헌이 야구에 눈을 뜰 때가 됐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민병헌은 자신이 못하면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팬들이 자신을 '그냥 민병헌인데 기대했던 것 보다 잘 하고 있구나'정도로 봐달라고 했다.
덩치(키 1m78, 체중 78㎏) 에 비해 큰 타구가 많이 나오자 그를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시즌 초반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했다. "크게 칠 생각이 없다. 나에게는 단타가 가장 잘 어울린다. 홈런은 바라지도 않는다. 선구안이 가장 중요하다."
그의 시즌 전 목표는 '1군에 무조건 살아남아 대주자라도 열심히 하자'였다. 요즘 같이 타석에 자주 들어설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두산 외야의 주전 경쟁은 국내야구 9팀 중 삼성에 맞먹을 정도로 치열하다. 김현수 이종욱 정수빈 임재철 등이 버티고 있다.
그는 풀타임 출전이 낯설다. 1주일에 월요일을 뺀 6일 동안 선발로 출전하는 게 익숙지 않다. 그래서 체력 유지가 중요하다. 민병헌의 휴식일 일정이 달라졌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들을 만나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요즘은 잘 쉬기 위해 노력한다. 경기 출전이 많아지면서 힘이 달린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영양 보충과 함께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낮잠을 한번이라도 더 자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외출하는 시간이 줄었다.
민병헌의 이런 활약은 두산 팬들의 기대치 이상이다. 상대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견제와 분석이 따라간다. 민병헌의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 드러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