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하지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해피엔딩과 비극이 함께 호흡한다. 스토리가 스토리를 낳는다.
이동국(34·전북)은 일장춘몽이었다. 10대 때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누볐다. 혜성같이 등장한 한국 축구의 뉴페이스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낙마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부상 암초를 만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허무하게 발길을 돌렸다.
이근호(28·상주)는 눈물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문턱에서 낙마했다. 남아공으로 향하기 전 1차 전지훈련 캠프인 오스트리아에서 비보를 접했다.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그는 남아공이 아닌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반면 이청용(25·볼턴)은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희망으로 떠올랐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전에서 각각 1골을 터트리며 그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2011년 7월 31일(이하 한국시각) 프리시즌 평가전에서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골절돼 큰 시련을 겪었다. 3월 26일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2대1 승)에서 그의 이름 석자가 다시 떠올랐다.
21세의 손흥민(함부르크)은 첫 월드컵 꿈을 꾸고 있는 신예다. 카타르전 종료 직전 그의 발끝에서 터진 결승골이 브라질행의 씨앗이었다.
종착역이 임박했다. 최후의 3연전이 시작된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9위(한국 42위), 랭킹으로 제단할 수 없는 것이 그라운드의 세계다. 숫자에 불과하다. 퇴로는 없다.
최강희호가 5일 오전 2시30분 베이루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충돌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이다. 한국은 레바논전에 이어 안방에서 11일 우즈베키스탄(오후 8시·서울)과 7차전, 18일 이란(오후 9시·울산)과 최종전을 치른다.
레바논전에 브라질행의 운명이 걸렸다. 승점 10점(3승1무1패)으로 A조 2위에 포진한 최강희호는 레바논을 꺾으면 조 1위를 탈환하게 된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선두 우즈베키스탄(승점 11·3승2무1패)은 이날 경기가 없다. 승점 3점은 가벼운 발걸음도 의미한다. 브라질행에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남은 우즈베키스탄, 이란전에서 1승만 추가하면 본선행이 확정된다. 7차전에서 축포를 터트릴 수 있다.
'3李 그리고 1孫', 그들의 발끝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린다. 레바논을 넘기 위해서는 상대의 골망을 흔들어야 한다. 이들이 선봉이다. 브라질행은 그들이 개척해야 한다.
제몫을 하면 문제는 없다. 이동국은 원톱으로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은 약속의 땅이다.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6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최강희호에서는 3차와 최종예선에서 각각 1골, 친선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다. 좌우측 날개 이근호와 이청용은 어느덧 베테랑이다. 이근호는 최종예선에서 가장 많은 3골을 기록 중이다. 이동국과 이근호는 '중동 킬러'로 통한다. 이청용은 카타르전에서 완벽 부활했다. 활로를 뚫는 키플레이어다.
손흥민의 경우 아직은 선발 출전 여부에 확답을 받지 못했다. 여전히 의문부호다. 최 감독은 섀도 스트라이커에 김보경(24·카디프시티)과 손흥민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이든, 교체든 레바논전에 출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A매치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손흥민은 공간을 가리지 않는 골 결정력과 탁월한 스피드를 자랑한다. 하지만 한국 축구와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라는 평가도 있다.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가 자리를 잡으면 공격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된다.
최강희호는 레바논전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들도 배수진을 쳤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