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운드가 강한 이유가 있었다. 상대타자를 얼마나 압도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상대타자 지배력'에서 기록으로 나타났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타자를 아웃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투수가 자신의 공으로 상대를 이겨냈다고 볼 수 있는 건 단연 땅볼과 삼진 아웃이다.
땅볼과 삼진 아웃이 많을수록, 타자를 힘으로 누르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조선이 집계하는 상대타자 지배력은 땅볼과 삼진으로 잡은 아웃카운트를 더해 투구이닝으로 나눈 값을 토대로 평가한다. 즉, 한 이닝당 삼진과 땅볼 아웃을 몇 개나 잡아냈는지 보는 것이다.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와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2013 프로야구 스포츠조선 테마랭킹' 6월 첫째주 투수 상대타자 지배력 부문에서 선발과 구원 부문 1위에 올랐다. 삼성 마운드를 앞과 뒤에서 이끄는 두 토종에이스가 상대타자 지배력 지수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이른바 '삼성 천하'였다.
'푸른피의 에이스' 배영수는 3일 현재 7승(2패)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 4.47에서 나타나듯, 맞기도 많이 맞았다. 4실점하고도 승리를 올린 게 세 차례나 될 정도로 승운도 따랐다. 하지만 올시즌 그가 보여주는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은 단순히 승수와 평균자책점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제 배영수에게서 옛날처럼 힘으로 윽박지르는 피칭은 볼 수 없다. 150㎞에 이르는 강속구는 사라졌고, 있는 힘껏 던져야 140㎞대 중반이 찍힐 정도다. 하지만 시간은 그에게 노련미와 관록을 선사했다. 볼 개수가 많아지고, 주자를 내보내도 다양한 변화구와 수싸움으로 기어코 이겨낸다.
10경기서 56⅓이닝을 던진 배영수는 땅볼 아웃 71개, 탈삼진 47개로 상대타자 지배력 지수 2.095를 기록했다. 이닝수가 적었지만, 그에 비해 땅볼 아웃이 많았던 게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한 비결이었다. 지난 집계 때 2위였던 배영수는 1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넥센의 좌완투수 밴헤켄이 2.088로 2위에 올랐다. 밴헤켄은 특유의 땅볼유도 능력이 돋보였다. 60⅓이닝을 던지면서 땅볼 아웃 84개, 탈삼진 42개를 기록했다. 배영수와 마찬가지로 땅볼 유도에 능했다.
3위는 지난 집계 때 1위를 차지했던 한화의 에이스, 바티스타가 차지했다. 바티스타는 무려 71이닝을 던지면서 땅볼 아웃 65개, 탈삼진 83개를 잡아내며 지배력 지수 2.085를 기록했다. 바티스타는 부동의 탈삼진 1위. 지난 2일에는 8이닝 동안 14탈삼진을 잡아내며 외국인선수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로 썼다. 마운드가 무너진 팀 사정상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지수가 조금 떨어졌지만, 150㎞대 강속구에 낙차 큰 커브를 이용한 탈삼진 능력만큼은 최고라 볼 수 있다.
구원투수 부문에선 삼성 오승환이 넥센 손승락을 제치고 자존심을 세웠다. 오승환은 17경기서 16⅔이닝을 던지면서 땅볼 아웃 14개, 탈삼진 23개를 잡아내 지배력 지수 2.220을 기록했다. 손승락은 20경기서 19이닝을 소화했고 땅볼 아웃 22개, 탈삼진 20개로 지배력 지수 2.211을 기록했다. 오승환이 0.009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두 투수는 나머지 구단이 부러워할 만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들이다. 3일 현재 세이브 부문 1위는 17세이브를 올린 손승락. 12세이브를 기록중인 오승환은 KIA 앤서니(14세이브)에 이어 3위다. 둘 모두 블론세이브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공동 1위팀의 마무리투수로서 시즌 내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