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포항 스틸러스는 A매치 휴식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반기 막판 살얼음판을 걸었다. 최후의 보루인 골문이 흔들렸다. 4월 30일 분요드코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최종전에서 신화용이 상대 선수와 경합하더 오른쪽 허벅지를 다친게 시작이었다. 5월 중순엔 백업 골키퍼 황교충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신화용의 복귀가 더뎌지면서 김다솔 홀로 골문을 지켜야 했다. 신화용이 5월 18일 울산 현대전에서 잠시 복귀하는 듯 했으나, 부상 부위에 다시 통증을 느껴 이후 두 경기 선발명단에 끼지 못했다. 김다솔이 책임진 대구FC전(4대2승)과 제주 유나이티드전(3대2승)을 연승으로 마무리 하면서 선두 수성엔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 감각이 완벽히 올라오지 않은 김다솔은 종종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다. 휴식기가 아니었다면 포항의 선두 질주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포항과 황 감독에게 A매치 휴식기가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휴식기를 통해 재정비 찬스를 잡았다. 황 감독은 전반기 막판부터 패스축구의 힘이 떨어지는 부분을 우려했다. 그는 "패스가 괜찮을 때는 전진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뒤로 돌리는 패스가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거센 상대 압박에도 좁은 공간에서 짧은 패스로 활로를 만들던 기존의 모습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너리즘도 작용을 했다는게 황 감독의 판단이다. "외부에서는 포항의 패스 플레이가 좋다고 하는데, 이런 점 때문에 선수들이 다소 풀어지는 느낌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한정된 스쿼드 속에서 피로누적과 부상, 징계 문제까지 변수가 한꺼번에 겹친 것도 걱정거리였다.
황 감독은 제주전 승리 뒤 선수단 휴가를 부여하면서 짧은 휴식에 돌입했다. 내주 초 소집해 경기도 가평에서 짧은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그동안 느슨해진 패스축구를 조이고 백업 자원들의 경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황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올 초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때부터 구상한 백업 자원 활용 로테이션 체제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그는 "경기 일정이 많은 7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