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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선발 손민한' 고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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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감독 입장에선 불펜으로 쓰고 싶지. 하지만…."

NC의 신고선수 손민한의 복귀가 가시화됐다. 시점은 6월 NC의 창원 홈경기다. 이왕이면 손민한을 그리워하는 옛 팬들 앞에서, 익숙한 마산구장에서 편하게 던지도록 한 김경문 감독의 배려다. 시기를 못박은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SK와의 홈 3연전 중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홈경기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삼성과의 3연전이다.

통산 103승에 빛나는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은 지난 2009년 이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뒤 1군 무대에 돌아오지 못했다. '전국구 에이스'의 이름은 빠르게 잊혀져 갔다. 대신 선수협회장 시절 초상권 비리 문제가 불거지는 등 야구장 밖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 쉬웠다.

롯데에서 방출된 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여론이 좋지 않아 한 차례 복귀가 무산되기도 했고, 1년이란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선수협의 용서를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당초 손민한은 경험이 부족한 NC 중간계투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결정은 '선발투수 손민한'이었다.

현재 NC 선발로테이션은 아담-찰리-에릭의 외국인선수 3인방에 토종 사이드암 듀오 이재학-이태양이 지키고 있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단단해진 NC 선발진은 기록에서도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선발투수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라 할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횟수에서 27회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운드가 강하다고 불리는 삼성보다도 1회 더 많다.

하지만 손민한이 들어오면, NC 선발진은 재편이 불가피하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이라고 왜 민한이 같은 투수를 불펜에서 쓰고 싶지 않겠나. 경험이 많고 컨트롤이 좋은 투수인데 당연하다"며 아쉬워했다.

선발과 타선이 자리를 잡은 NC는 경험 부족한 젊은 투수들로 채워져 있는 중간계투진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손민한이 들어올 경우, 불펜진이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

김 감독 역시 처음엔 손민한을 불펜투수로 쓸 계획이었다. 지난 겨울 "민한이가 들어와서 중간에서 1이닝 만이라도 던져주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나"라고 말했던 그다. 하지만 손민한과의 오랜 시간 면담을 통해 방향을 틀었다.

김 감독은 "지금 민한이의 몸상태는 불펜에서 한 차례 몸을 풀면, 그 날 무조건 나가야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간계투는 경기 상황에 따라, 몸을 풀었다가도 다시 못 나가게 될 때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현재 몸상태로는 다음 날 좋은 공이 나올 수 없다"며 "차라리 한 경기를 맡기는 게 팀 입장에선 더 낫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발진이 잘 돌아가고 있지만, 손민한이 잘 던지면 역시 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선발투수 중 한 명이 뒷문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 김 감독은 "선발진에서 빠지게 되는 투수도 팀이 우선이니까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생각해서 하는 결정은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임을 털어놨다.

손민한은 2군(퓨처스리그) 6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이미 5월 중순부터 2군 등판 경기를 제외하곤, 1군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며 팀 분위기를 익혀왔다. 상대팀 선수들도 유심히 관찰했다. 지난달 23일 두산전에선 투구수 100개를 기록하며 선발 복귀에 청신호를 밝혔다.

손민한의 현재 직구 최고구속은 140㎞대 초반.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직구 구속으로 나타나지 않는, 회전력이 좋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 전성기 때처럼 뛰어난 변화구와 제구력, 완급조절로 타자를 요리하는 능력 만큼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김 감독은 "5월엔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두 달 동안 경기를 치르면서 2군 경기나 훈련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이제 6월은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다시 세팅하는 시기"라며 6월에 선수단 재정비를 마치겠다고 했다. '선발투수' 손민한은 그 중심에 있다.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이 복귀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NC의 불안한 뒷문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까.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